유럽에서 보행 친화 도시 정책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등 국가의 도시들은 자동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자전거 이용 등을 권장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규제 강화의 선두주자는 프랑스 파리다. 2월 초 시민 투표를 통해 SUV 등 대형차량에 대한 특정 주차요금 부과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기존보다 3배 인상된 주차요금은 시간당 18유로(약 2만6000원)로, 서울 공영주차장 평균 요금의 9배 수준이다.
파리 시는 지난 2021년부터 도심에서 이동하는 모든 자동차의 최고속도를 시속 30km로 줄인 바 있다. 주차요금도 여러 해 동안 지속해서 인상해 왔다. 이를 통해 노상 자동차 주차장을 없애고, 자전거,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주차장을 마련했다. 자동차 압박 정책을 주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안네 이달고 시장은 “기후위기와 도로 상태, 안전 등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자 50만 명의 파리 시민들을 보호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속도 저감 정책은 파리 시를 비롯한 서유럽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브뤼셀(벨기에), 암스테르담(네덜란드), 빌바오(스페인), 에든버러(스코틀랜드) 등에서도 자동차 최대 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했다. 암스테르담은 올해부터 도심 외곽 지역까지 이 정책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유럽 최고 수준의 자전거 이용 인프라를 자랑하는 암스테르담 시의 경우 도심에서 이동할 때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국가들은 전 도심에서 자동차 속도가 한국의 ‘어린이 보호구역’ 수준이 되도록 하는 정책을 펼친다. 어린이 보호구역 확대 조치에도 반발이 거센 국내 실정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유럽 도시들의 사례를 들어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정책과 인식, 문화 등의 변화가 선제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보행 친화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동차 이용량의 감소가 필수적이라는 시각이다. 국토교통학회 등 전문 연구진들은 자동차의 대척점에 보행자, 자전거, PM 등을 두고 있다.
이수기 한양대학교 교수는 “자동차도 불편한 줄 알아야 타지 않는다”며 “유럽 도시들의 과감한 정책 도입들에 대한 적극적인 벤치마킹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