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기는 막을 내리고 새로운 공수처장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2기 지도부로 리더십과 실력을 갖춘 인물들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지만 무엇보다 구조적인 한계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에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국회는 공수처를 출범시키는 데에만 급급했을 뿐 이후 법안 개정 등을 통해 공수처가 처한 어려움을 개선하지 않았는데, 2기 공수처는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상의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들이 첫 번째로 꼽는 구조적인 문제는 인원 부족이다. 공수처의 정원은 처‧차장을 포함한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으로 구성된다. 수사를 담당하는 직원들까지 행정업무를 살피고 국회 관련 업무도 떠안는 등 어려움이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기존 인력들이 떠나며 늘 결원 상태다. 때문에 한 사건에 대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수사 인원을 대거 투입하고 나머지 사건 수사는 멈추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공수처는 ‘경무관 뇌물 수수 사건’에서 수사 부서 2개를 투입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혐의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수사에 어려움으로 꼽힌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경무관 뇌물 사건과 검찰에서 수사해 기소한 대우산업개발 분식회계 사건은 애초에 하나의 사건으로도 볼 수 있다. 김모 경무관이 대우산업개발로부터 ‘분식회계 혐의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사건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데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는 한정적이다. 뇌물수수, 직무유기, 직권남용, 정치자금 부정수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만약 피의자가 부적절한 돈을 받았다면 뇌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까지 파악하며 수사를 키우는 것이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뜻밖의 혐의가 나오는 등 범죄혐의는 작은 것에서 시작해 확대해야 한다”며 “애초에 수사 범위를 너무 한정해둔 탓에 수사가 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공수처 내부에서도 ‘공수처법’을 개정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 설득에 어려움을 겪어 입법으로는 어려웠고, 법무부 등 ‘정부안’을 통해 공수처를 보완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잠잠하다.
물론 구조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지도자의 리더십 부재가 논란을 빚었던 만큼 2기 처‧차장에 누가 오느냐에 따라 향후 수사 역량도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형사법학 박사인 천주현 변호사는 “수사에 대한 작용과 본질에 대해 잘 이해하는 형사전문가가 기관을 리드한다면 수사력은 얼마든지 개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천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의 한 부장검사가 지도부를 비판하는 칼럼을 외부에 기고한 것을 거론하며 “처장의 권한이 처 전체를 관할하게 돼 있기 때문에 마치 작은 지청처럼 부서 배치와 인사 등을 수시로 움직이는 상황 같다”며 “지도부의 관장 범위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공수처 부장검사 출신인 예상균 변호사는 “수사처 운영에 리더십이 문제가 됐던 것도 맞지만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신설 기관으로서 순항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위기에서 탄생한 조직이 아니고, 집중적인 견제로 인해서 지휘부의 미약한 리더십이 더 발전하지 못하고 좌절되고 결국 내부에서 곪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