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이 전격적인 통합을 발표했지만 통합까지 가는 길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코리그룹 회장)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한미약품 오너 일가에 경영권 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15일 코리그룹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은 이번 통합 추진을 놓고 법적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양 사의 발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와 관련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라고 밝히며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대립각을 세운 임종윤 사장은 본격적인 대결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임종윤 사장은 이사회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의사결정을 내렸단 점을 들어 계약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예고했다. 한미약품그룹은 OCI그룹과 통합 브랜드를 설립하고 사명과 CI 등도 바꾸겠다고 일사천리로 발표했지만, 임종윤 사장에게는 이번 거래의 계약서조차 공유하지 않은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9.91%를 갖고 있다. 송 회장은 11.66%,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은 10.20%, 차남 임종훈 사장은 10.56%를 각각 보유 중이다.
임주현 사장은 부친인 임 회장의 타계 후부터 송 회장과 뜻을 같이하고 있으며, 이번 통합도 함께 주도했다. 이에 따라 장남과 차남이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임종윤 사장은 실제로 임종훈 사장과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까지 경영권을 둘러싼 크고작은 추측이 나올 때마다 임종훈 사장이 직접 의중을 밝힌 적은 없다.
경영권 분쟁에 불이 붙으면 핵심 열쇠를 쥔 인물은 오너 일가가 아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다. 신 회장은 임 회장의 오랜 고향 후배로, 한미사이언스지분 11.52%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개인 주주 중 최대 지분이다.
임종윤 사장이 임종훈 사장 및 신 회장과 연대할 경우 이들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31.99%가 된다.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합산 지분은 21.86%로, 여기에 가현문화재단(4.90%)과 임성기재단(3.0%)을 더하면 29.66%이다.
신 회장은 투자 목적으로 오랜 기간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회장 사후부터 신 회장이 어느 편에 설 것인지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좌우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확실히 드러난 사실은 없다. 임종윤 사장은 신 회장이 자신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임종윤 사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이달 23일 만남을 앞두고 있다. 14일에 이은 두 번째 만남이다. 이 자리에서 통합법인에 대한 양측의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영권 분쟁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이 회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이번 만남은 임종윤 사장이 통합법인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전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