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시작으로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의 신용리스크와 재무부담을 겪는 건설사와 PF 사업장이 늘어난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부동산 시장의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가 이어지면서다.
17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는 '한국의 비은행 부동산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김대현 S&P 상무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해 “향후 1~2년 내 의미 있는 수준의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진 저금리 기조 속에서 빠르게 상승한 주택가격이 아직 높은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적극적으로 부양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높은 국내 가계부채 수준을 고려할 때,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집중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으로 봤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주택가격이 예상치 못하게 급락할 때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개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몇 년 동안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요건을 완화했으며 시중보다 낮은 고정금리로 정책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한 바 있다. 정부는 현재 금융시장 및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85조 원 규모의 시장안정조치를 운영 중이다
비은행 금융기관은 특히 자산 성장과 리스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판단했다. 상호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사(할부금융사 및 리스사), 증권사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비은행 금융기관은 부동산PF 금융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PF익스포저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 부실이 늘어난다면 증권사는 채무보증 현실화로 보증이행을 위한 자금 수요가 예상보다 늘어나게 된다.
이들 금융기관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상업용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익스포져가 높다는 점이다. 관련 대출은 이들 금융기관들의 부동산 PF 대출 중에서 약 3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이들 기관들의 부동산 PF 익스포져는 총 자산의 약 5%, 자기자본의 약 37%에 이른다.
김 상무는 다만 “규모가 작은 비은행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신용이벤트가 부각될 수 있으나, 금융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국내 금융권 자기자본·자산의 약 65~70%를 보유하고 있는 은행과 보험사의 경우, 부동산 PF 익스포져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대체로 적정한 수준의 손실흡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권 전체 부동산 PF 익스포져는 약 172조 원으로 금융기관 총 자산의 약 2.5%, 자기자본의 2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