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기술력, 혁신 제품이라는 기대 효과 있어"
유튜브, 넷플릭스 전용 앱 없어 시장 안착 불확실
애플의 혁신 제품 '비전 프로'가 500만 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에도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한 지 한 시간 만에 매진됐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진보, 혁신'이라고 자신하는 만큼 기대가 높았기에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다만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여줄 애플리케이션들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시장 안착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에서 19일 오전 5시(현지시간) 비전 프로 온라인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예매를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첫 달 판매량이 모두 팔렸다. 오전 6시 이후 접속한 구매자는 '예상 배송 시간'이 3월 중순까지 미뤄졌다.
애플 전문 분석가인 궈밍치 대만 TF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지난 주말 비전 프로를 16만~18만 대를 팔았다"고 추정했다. 이는 시장 초기 판매 예상치 6만∼8만 대를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1000만 이상의 팔로어를 소유한 테크 유튜버 마커스 브라운리는 트위터를 통해 "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이 매우 놀라울 정도"라며 "시선 추적 기능과 타자 기능도 훌륭하다" 평가했다. 다만 무게가 많이 나가는 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비전 프로는 사용자가 고글처럼 머리에 쓰는 방식의 기기다. 이 기기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혼합한 제품이다. 저장 용량이 256기가바이트(GB)인 가장 낮은 사양 제품 가격이 3499 달러(약 467만 원)에 달한다.
애플은 해당 기기를 '헤드셋'이라고 하지 않고 '가전제품'이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 정립을 통해 고객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비전 프로 출시에 대해 "공간 컴퓨팅 시대가 도래했다"며 "애플 비전 프로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제품 중 가장 진보하고, 혁신적인 가전제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런 혁신적인 제품인데도 고객들이 주로 사용하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이 지원되지 않아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이용하려면 애플의 운영체제(OS)에 설치된 사파리(웹브라우저)를 통해 직접 접속해야만 한다. 기존 앱을 통해 터치 하나로만 이용할 수 없다. 다소 불편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대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들도 비전 프로용 앱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모바일 앱 시장 정보 회사 '앱피겨스'에 따르면 VR·AR 기기 전용 앱스토어에 애플의 비전 프로용으로 업데이트된 앱은 150개뿐이다. 이는 앱 스토어에 아이폰 전용 앱으로 등록된 180만 개의 앱과 비교하면 0.0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고가 제품이면서도 애플 사용자만 살 수 있다는 폐쇄적인 부분이 있어 비전 프로 전용 앱의 시장 가치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시장 확대보다는 틈새시장 제품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