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앱 기업 품고 디지털 역량 강화…글로벌 기업 편입 사례도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업계 안팎의 다양한 회사들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종 산업간 결합은 물론, 글로벌 기업의 품에 안긴 곳도 있다. 의료기기 업계는 M&A를 통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역량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29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씨젠과 라이프시맨틱스는 정보통신기술(IT) 기업을 인수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확장에 나섰다.
씨젠은 이달 16일 브렉스의 지분을 100%를 인수했다. 브렉스는 소프트웨어(SW) 기획과 사용자 경험·사용자 인터페이스(UX·UI) 전문 기업으로 신한은행, 신한카드, 쿠팡, 이마트 등과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력이 있다. 씨젠은 디지털 혁신을 지속적으로 담당할 내부 조직을 구축할 목적으로 브렉스를 낙점했다.
씨젠은 시약 자동개발시스템(SGDDS), 질병통계 프로그램(SG-STATS) 등 IT기술을 접목한 바이오 시약 기술을 개발해 왔다. 해외 대형 기업들과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현지에서 생산·판매까지 진행하는 ‘기술공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에서 첫 시동을 걸었다. 브렉스는 향후 씨젠의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는 물론, 신사업과 기존사업 전반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정이다.
라이프시맨틱스는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앱) 회사 파프리카케어를 22일 인수했다. 파프리카케어는 질병 정보, 의약품 정보 및 복약 시 주의사항, 복약 알림, 의료기록 관리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건강 관리 앱이다. 라이프시맨틱스는 비대면진료, 의료 인공지능(AI) 등 기존 주력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이번 인수로 파프리카케어가 보유한 23만 명의 처방전과 복약 관리 기록을 확보하게 됐다. 기존에 운영 중이었던 개인 건강기록 플랫폼 '라이프레코드'와 파프리카케어를 통합해, 이용자 개인에게 최적화된 디지털 헬스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이 연구개발(R&D)과 제조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 기업을 인수한 사례도 나왔다.
올림푸스는 최근 스텐트 전문 기업 태웅메디칼을 인수했다. 태웅메디칼은 공식적으로 올림푸스의 자회사로 편입되며, 국내 사업장과 제조 시설 등 전반적인 사업 및 운영에 대한 권리 역시 올림푸스에 넘어간다.
태웅메디칼은 담도, 식도, 대장, 십이지장 등 소화기내과 전용 스텐트 개발 및 제조에 전문성을 쌓았다. 올림푸스는 내시경, 복강경, 수술 장비 등 기존 소화기 분야 의료기기 업계의 강자로 꼽히는 만큼, 이번 인수를 통해 시장 선두 자리를 굳힐 것으로 기대 중이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은 대다수가 중소규모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의료기기 업계는 다양한 형태의 M&A에 기반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18년 6조8179억 원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2022년 11조8728억 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M&A를 성사시킨 한 국내 의료기기 기업 관계자는 “그간 국내 의료기기 업계는 소수의 기업이 코로나19 관련 진단기기와 시약에 의존해 성장한 모습이었는데, 차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비(非)코로나 제품과 유전자 분석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