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가 미국 대통령에 누가 당선될지까지 신경써야 하는 거야?”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기자들의 푸념 섞인 말이었다.
개표 결과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낙선했다. 통상 정책을 펼치는 산업통상자원부 담당 기자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결과였고 당시 적지 않은 기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 이유는 산업부 기자들이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겪었던 일들 때문이다. 럭비공 같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행동에 통상 기사를 쓰는 산업부 기자들은 밤낮 없이 관련 기사를 써야 했기 때문이다.
그 하나가 미국의 ‘철강 232조’다. 정확하겐 ‘무역확장법 232조’로 미국의 통상 안보를 해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 직권으로 수입량 제한, 고율 관세 부과 등을 취할 수 있도록한 강력한 무역제재 조치다.
2016년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는 ‘America First’ 기치 아래 외교·통상 정책을 펼쳤다. 한국과 미국의 교역에서 미국이 적자를 보고 있다며 미국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철강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이 골자였다. 이 232조는 1962년 제정해 1979년, 1982년 각각 이란과 리비아의 원유 수입금지 조치에 단행한 바 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발족한 후 사실상 사문화됐으나 2017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부활했다.
트럼프는 자국 안보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미국으로 들어오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10~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2018년 3월 8일 서명하고 23일부터 시행했다. 이때부터 세계 곳곳에서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공급망 이슈와 함께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또 다시 글로벌 통상·외교가 요동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인정하는 이유는 여러 개다. 군사력, 경제력은 물론이고 문화, 자유 민주주의 여기에 글로벌 무역질서에서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해왔다. 그런 미국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많이 변했고 그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적지 않은 국가들이 힘겨운 시절을 보냈다.
약 10개월 뒤면 미국의 대통령이 결정된다. 여기저기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필자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산업부에선 벌써 이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을 산업부 장관을 앉혔고, 통상교섭본부장엔 통상전문가인 정인교 교수가 임명됐으니 말이다. 여기에 산업부 스피커 역할을 할 대변인도 통상직으로 무역투자실장을 역임한 김완기 대변인이 맡고 있다.
인사도 인사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변화무쌍한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우리의 통상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다. 지금의 글로벌 통상환경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전쟁이 일어났다. 공급망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주요 자원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를 빈번하게 단행하고 있다.
넓지 않은 국토 면적에서 자원도 풍부하지 않은 한국이 글로벌 통상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날 방법을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다행히 산업부 등 정부에서도 다양한 시나리오로 미국 대선 결과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비하고 또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