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대학총장 간담회...이 부총리 “정책 집행시 대학 입장 최대한 들을 것”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학들이 대학혁신 지원사업에서 가산점 최고점을 받으려면 신입생 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한다고 한 것에 대해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31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4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 대학총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그간 대한민국 고등교육이 학과별 전공별로 분절화 돼있어 학생들이 졸업할 때 전공으로 직업을 갖는 비율이 굉장히 낮았다”며 “고등교육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던 게 사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과 주요 국립대학의 2025학년도 무전공 선발 확대 비율에 따라 재정지원사업 정성평가에 반영해 최대 가점 10점을 주기로 했다. 무전공 선발 비율 요건은 없지만 25% 이상 추진하는 대학엔 가점 만점을 준다는 방침이다.
이 부총리는 “4차 산업혁명 속도가 가속화되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이 해가 늘어갈수록 바뀌고 있는데, 대학이 대응하려면 (대학도) 빠르게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며 “지금의 경직적인 전공과 학과의 벽을 그냥 두는 한 큰 문제들이 해결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부총리는 “그렇지만 최대한 대학의 다양한 노력들을 존중하자는 것”이라며 “대학들이 우선적으로 변화하는 걸 (정부가) 뒤에서 지원하는 그런 시대인 것도 중요하다. (정책) 집행할 때 최대한 대학의 입장을 듣고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 부총리는 교권 회복을 위해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과도 깊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권 관련) 큰 위기가 작년에 있었고,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교원양성기관의 큰 전환이 이슈라고 생각한다”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육대학의 큰 전환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총장님들과 깊은 논의를 시작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지방 사립대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15년 만에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한 김춘성 조선대학교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글로컬 대학 때문에) 교육부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계에 다다랐다”며 “15년 간 등록금이 동결된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비수도권 사립대 일부는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어 2024학년도 1학기 등록금을 법정 한도(5.64%) 안에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광주 소재 사립대인 조선대는 지난달 29일 15년 만에 2024학년도 등록금을 학부 4.9%, 대학원과 외국인 전형 5.64%를 인상했다.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하면 교육부로부터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지만, 일부 지방 사립대는 재정 지원보다 등록금 인상분이 더 커 등록금 인상을 택하는 분위기다. 김 총장은 “등록금 인상을 통해 60억 원이 더 들어오고, 국가장학금Ⅱ유형을 통해 지원 받는 금액은 22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등록금 인상 경위에 대해 강의실과 냉난방 시설 등 학교 시설물이 노후화돼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등록금의) 63.5% 정도는 장학금으로 전액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나머지는 수십년 간 투자하지 못했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등록금 동결 기조를 바꾸지 않았지만 등록금을 올리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김 총장은 “교직원 임금을 삭감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 학생들에 대한 투자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학령인구가 감소하는데 학생이 오고 싶은 대학을 만들려면 이런 부분 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대교협은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건의문’을 채택하고 “16년 간 지속된 등록금 인하·동결뿐 아니라 입학금 폐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각 대학이 등록금심의위원회 및 학생, 학부모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해 법정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가장학금 Ⅱ유형’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