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대응 어려운 연휴기간 순매도 강세…주식결제일 T+2일인 점도 영향
저PBR 폭등에 차익실현 압력…휴장 관망심리 더해지며 수급 변동성 확대
설 연휴(9~12일)를 앞두고 증시 수급 불안정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연휴를 앞두고 주요 투자 주체들의 순매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정부 주도의 주주환원정책발 이슈로 특정 업종과 종목으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본지가 2014년부터 최근 10년간 설 연휴 전 코스피 지수 평균 등락률을 집계한 결과, 코스피 지수는 연휴 4일 전 평균 0.48% 하락하며 가장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 5일 전에는 0.20% 하락했고, 3일 전에는 0.25% 떨어지며 통상 설 연휴 3일 전까지는 지수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어 설 연휴 이틀 전부터 코스피지수는 평균 0.02% 상승, 하루 전에는 0.55% 상승하며 하락세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연휴 직전 외국인과 기관은 3거래일 전에 주식을 순매도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1년 중 가장 긴 연휴인 명절에는 각종 이슈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전에 비중 조절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반복됐다. 주식결제일이 T+2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휴 3거래일 전에 순매도세가 짙어진다.
올해도 연휴를 앞두고 수급 불안은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 2일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은 2조4896억 원 순매도했다. 이는 21년 만의 역대급 순매수세로, 개인은 전날에도 1조 원 이상 주식을 내다 팔았다. 반면, 외국인은 1일과 2일 각각 1조452억 원, 1조9344억 원 순매수했다. 하루새 2조 원에 육박하는 순매수 금액은 역대 거래일 중 2위에 해당한다.
5일에는 다시 수급 주체가 바뀌었다. 최근 7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5조 원 이상 팔아치우던 개인은 이날 5900억 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반면 기관은 이날 6500억 원 이상 물량을 쏟아냈다. 외국인은 239억 원 순매수하며 관망세에 머물렀다.
이같은 수급 변동성 확대는 명절 연휴까지 이어지다, 명절 직후에도 확대될 수 있다. 이달부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저평가된 업종과 종목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탓이다. 정부가 이달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하면서 저PBR로 분류된 금융업과 지주사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유진투자증권은 국내 업종들 가운데 시장 대비 저평가된 산업으로 운송, 에너지, 증권, 은행, 자동차, 상사자본재 등을 꼽았다.
호실적과 주주환원 정책을 앞세운 기아는 ‘2인자’ 신세에서 벗어나 한때 시가총액이 현대차를 추월하기도 했다. 이날 삼성증권이 “현대차의 적정 PBR은 0.89배로 이를 대입한 적정주가는 34만 원”이라고 분석하자 현대차는 4% 이상 상승하며 다시 기아에 빼앗겼던 시총 6위 자리를 탈환했다.
저PBR 테마는 작년 이차전지 열풍 때와 같은 시장의 쏠림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저PBR주들이 동반 폭등한 가운데 연휴 휴장에 대한 관망심리, 차익실현 등이 혼재되며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저 PBR주들 사이에서 이익, 배당 및 자사주 모멘텀을 고려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급등한 시클리컬(경기 민감) 업종 중심으로 차익실현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