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가드는 5일(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검정 모자와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입국장에 나타난 린가드는 그를 환영하는 수많은 인파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린가드는 ‘제시’를 외치는 팬들에게 다가가 사인과 기념 촬영 등 짧은 팬서비스 시간을 가진 뒤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린가드가 한 팬에게 한국 전통 관악기인 단소를 선물 받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를 두고영국 매체 ‘더 선’도 “린가드는 FC서울 이적을 위해 한국에 도착했을 때 몰려든 팬들로부터 기이하게도 단소(매체는 플루트로 표기)를 건네받았다”고 보도했다.
린가드는 이날 인천공항에 도착하기에 앞선 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행기에 자신의 브랜드인 ‘JRINGZ(제이링즈)’ 가방이 위탁되는 사진을 올렸다. ‘스냅샷’에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있는 사진도 게시하며 한국행을 직접 알렸다.
앞서 영국 매체 ‘스카이 스포츠’와 ‘BBC’ 등도 “린가드가 FC서울로 이적을 코앞에 두고 있다”고 알렸다. 계약의 세부 사항까지 전해졌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린가드와 FC서울은 2년 계약을 구두로 합의했으며, 1년 추가 옵션도 별도로 있다. 구두 합의를 마친 만큼 6일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하고 오는 7일 계약서에 서명, 8일에는 입단식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BC는 “린가드는 서울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은 후 전지훈련 중인 일본 가고시마에 참여할 예정이다”며 “상당히 큰 규모의 계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린가드가 FC서울로 오게 될 경우 K리그 역사상 가장 이름값이 높은 외국인 선수가 된다. 1992년생으로 현재 31살인 린가드는 ‘명문’ 맨유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맹활약했다.
펜케스 유나이티드에서 처음 축구를 접한 린가드는 2000년 맨유 유스로 입단했다. 2011년 성인팀으로 콜업된 린가드는 2012시즌 레스터 시티, 2013시즌 버밍엄 시티, 2014시즌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2015년 더비 카운티로 임대를 마치고 왔다.
이후 맨유에서 통산 232경기에 출전해 35골 21도움을 올리며 전성기를 보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는 A매치 32경기에 출전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 진출에 일조했다.
린가드는 2016-17시즌 새 사령탑 조제 모리뉴 감독 밑에서도 핵심 자원으로 활약했다. 린가드는 후안 마타, 헨릭 미키타리안보다 왕성한 활동량과 전방 압박 능력을 인정받아 해당 시즌 공식전 42경기에 출전해 5골 3도움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8-19시즌 찾아온 부상과 경쟁자인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영입으로 점차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다. 2019-20시즌에는 마지막 경기엔 38라운드가 돼서야 리그 첫 골을 기록했다. 린가드는 결국 2020-21시즌 겨울 이적시장에서 웨스트햄으로 임대 이적을 떠났다.
군나르 솔샤르 감독의 설득으로 맨유로 돌아왔지만, 필드보다 벤치에 더 오랜 시간을 보낸 린가드는 결국 2022년 7월 노팅엄 포레스트로 떠났다.
하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20경기 2골2도움에 그친 린가드는 시즌이 끝난 뒤 방출됐다. 2023년 6월부터 자유계약신분이 된 린가드는 이번 시즌까지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현재 린가드는 개인 훈련만 소화 중이다. 지난해 8월 중 미국 MLS 인터 마이애미에서 훈련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최근 자신의 SNS에 혼자 훈련하는 영상들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여름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에티파크에서 훈련했던 린가드는 사우디 리그 이적에도 실패했다. 외국인 선수 제한 문제와 높은 주급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
바르셀로나 이적설도 나왔다. 하지만 사비 에르난데스 당시 감독은 지난 여름 “미드필더 파블로 가비가 부상을 당해 새 선수 영입이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이적설을 일축했다.
한때 K리그를 호령했던 FC서울은 지난 시즌 사상 첫 유료 관중 40만 명을 돌파한 인기 구단이다. 하지만 4년 연속 파이널B에 머물며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이에 1월 ‘지략가’ 김기동 감독을 영입하며 명가 재건을 선언한 바 있다.
김기동 감독은 2020시즌 포항 스틸러스를 이끌며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명감독 중 한 명이다. 그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없었다면 여기에 없었을 것이다. 두렵고 부담이 컸다면 서울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성적이 좋아야 서울다움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가 재건을 노리는 서울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전력 보강을 노리고 있다. 최근 외국인 선수 윌리안을 완전영입했고 ‘레전드’ 기성용과도 재계약을 체결했다.
‘더선’은 “린가드가 EPL에서 수년간 활약한 기성용의 소속팀으로 간다”며 기성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서울에는 EPL 출신 미드필더 기성용이 있다. 기성용은 스완지시티와 뉴캐슬에서 뛰었다”고 설명했다.
기성용은 서울에서 총 7년을 뛴 레전드다. 기성용은 2006년 17세 나이로 서울에서 데뷔했다. 그는 2009년까지 주전 선수로 활약하며 8골 12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 베스트일레븐에 2008시즌, 2009시즌 2년 연속으로 선정됐고, 2009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셀틱FC로 이적한 기성용은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 선덜랜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에서 뛰며 맹활약했다. 2020년에는 11년간의 유럽 생활을 끝내고 복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며 서울로 돌아왔다. 기성용은 서울에서 통산 207경기 15골 20도움을 기록했다.
베테랑에 접어든 린가드와 기성용의 호흡에도 관심이 쏠린다. 린가드의 이적 협상이 마무리된 후, 다음 시즌부터 ‘명가’를 재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