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핫팩, 드라이기 등으로 피부에 강한 열 주는 것 삼가야
지난해 추석 연휴 뜻하지 않게 응급실을 찾았던 주부 K 씨는 당시를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지인에게서 신선식품 선물을 택배로 받아 확인하던 중, 선도 유지를 위해 함께 배송된 드라이아이스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만지면서 동상을 입어 통증이 심했던 기억 때문이다. 이후 K 씨는 평상시는 물론 올해 설 명절에도 집으로 배송되는 신선식품을 확인할 때는 항상 조심하는 버릇이 생겼다.
최근엔 생활용품은 물론 신선식품, 선물 등 다양한 물품을 빠른 배송으로 받는 것이 일상화 됐다. 하지만 K 씨처럼 배송된 물품의 포장을 열어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칫 함께 들어있는 드라이아이스에 피부가 접촉해 따끔거리는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드라이아이스는 영하 78도의 냉각된 고체 이산화탄소다. 고체 상태에서 녹을 때 액체가 아닌 기체로 바로 변화하기 때문에 주위의 열을 흡수하여 온도를 급격히 낮춘다. 드라이아이스는 매우 차갑고 기체화 되는 특징 때문에 신선식품이나 아이스크림 배달에 많이 사용된다. 얼음팩보다 냉기 보존이 길고, 얼음팩의 경우 녹으면 액체가 되면서 누수 등으로 제품이 젖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 드라이아이스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드라이아이스를 맨손으로 만지거나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는 경우다. 피부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K 씨처럼 동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피부는 크게 표피층, 진피층, 피하지방층으로 구분한다. 이중 가장 바깥쪽의 표면을 덮고 있는 표피층이 손상되면 피부가 하얗게 되거나 무감각 또는 통증이 발생한다. 진피층까지 손상된 경우 부종이나 물집이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해 진피층 전체와 혈관까지 손상된 경우 피부가 검게 변하고 괴사에 이를 수 있다.
배병관<사진> 대동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 과장(응급의학과 전문의)은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낮은 온도의 물질인 드라이아이스는 신선식품 배송을 받거나 아이스크림을 포장하는 등 흔하게 접할 수 있어 부주의로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피부에는 감각을 느끼는 감각점이 있는데 너무 차갑거나 뜨거우면 신경이 통각을 느껴 화상과 비슷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간혹 드라이아이스를 만져 발생한 증상을 화상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이아이스로 인해 동상을 입었다면 39∼42°C정도의 따뜻한 물에 약 30분 정도 담가 체온을 높이고, 상처 부위를 깨끗한 거즈 등으로 보호한 뒤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물집을 터트리거나 차가운 걸 만졌다는 이유로 뜨거운 물이나 핫팩, 드라이기 등을 이용해 피부에 강한 열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 삼가야 한다.
배병관 과장은 “동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드라이아이스를 맨손으로 잡는 등 직접적으로 피부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드라이아이스를 제거할 경우 포장지를 이용하거나 두꺼운 장갑을 착용하고 집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저온에 쉽게 손상이 갈 수 있는 곳에 드라이아이스를 놓아두면 표면이 상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드라이아이스는 기체화되면서 이산화탄소 가스를 발생시키고 산소 비율을 저하시켜 드물지만 질식의 위험도 있다. 배병관 과장은 “드라이아이스에서 나오는 연기는 마시지 않도록 하며 밀폐되지 않고 환기가 잘되는 장소에서 자연 기화되도록 두는 것이 좋다”며 “드라이아이스를 빨리 없애기 위해 찬물을 붓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급하게 이산화탄소가 발생되면서 포장재가 터지거나 파편이 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