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 밸류업' 정책도 한몫…배당금 확대로 자금유출 앞당겨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KCGI·차파트너스·VIP자산운용·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등은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행동을 개시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라는 멍석이 깔리면서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 매입·소각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대놓고 대표이사 사퇴를 요구하는가 하면, 주주환원 약속 이행을 압박하며 2차 행동에 돌입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불(Bull)개미를 등에 업은 행동주의의 공세는 올해 더 매섭고 질겨졌다.
얼라인은 지난달 중순 KB·신한·하나·우리·JB·BNK·DGB금융지주 등 7곳에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지난해 약속했던 주주환원정책을 실적에 맞춰 이행하라는 것이 주요 골자다. 앞서 얼라인은 지난해 초 1차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당시 7개 은행 모두 자본배치 및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국내 은행들의 주주 환원율(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등 주주 환원액 비율)은 평균 27% 정도로, 주요 해외 은행(5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얼라인의 분석이다.
아세아그룹과 HL홀딩스의 주주환원책을 이끌어낸 VIP자산운용은 올해 초 삼양패키징의 지분 5.38%의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주주환원책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작년부터 현대엘리베이터를 대상으로 주주활동을 벌여온 KCGI는 지배구조 개선과 우리사주 소각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FCP는 KT&G를 대상으로 주주행동을 벌이고 있다. 백복인 KT&G 사장은 지난 1월 4연임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차파트너스는 남양유업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이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힘써달라”면서 소수지분에 대한 공개매수를 촉구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안다자산운용,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매니지먼트, 팰리서캐피탈,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와 같은 국내외 운용사들로부터 주주환원 강화 요구를 담은 주주서한을 받았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이 나온 상장사는 47개사(코스피 23개사, 코스닥 24개사)로 전년 대비 6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제안으로 상정된 안건 수는 175건으로 전년 대비 78.6% 늘었다. 주주제안 중 1건이라도 가결된 회사는 10개사, 가결률 22.2%에 달했다. 전년 대비 8.4%포인트 상승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펜데믹과 맞물려 저성장 경제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기업의 성장과 실적개선도 둔화되는데, 투자자들은 주가의 성장이 느려질수록 기업가치를 적극적으로 제고해 주가수익률을 높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