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 달만에 손실 5000억 넘어선 홍콩 ELS…일각선 투자자 책임론도

입력 2024-0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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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만기 9733억…4512억 상환
올 15.4조 만기로 손실 7조될 듯
'적합성원칙 위반'이 배상 쟁점
기준안 참고 '자율배상안' 낼 듯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판매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손실 규모가 올해 들어 한 달 새 5000억 원을 넘어섰다. 피해 규모가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이 16일부터 판매사에 대한 2차 추가 현장검사에 착수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투자자 책임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상품 중 올해 들어 7일까지 총 9733억 원가량의 만기가 도래했다. 이 중 고객이 돌려받은 돈(상환액)은 4512억 원에 불과해 평균 손실률이 53.6%(손실액 5221억 원)에 달했다.

이처럼 문제가 되는 상품은 주로 H지수가 고점이었던 2021년 초 이후 발행된 ELS다. H지수는 2021년 2월 17일 1만2229를 기록하며 최고점을 기록한 뒤 점차 하락세를 보였다. H지수가 5000 아래로 떨어진 지난달 하순 만기를 맞은 일부 상품의 손실률은 58.2%에 달했다.

올해 15조4000억 원의 H지수 ELS 만기가 도래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H지수가 현재 흐름을 유지할 경우 전체 손실액은 7조 원 안팎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16일부터 은행 5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증권사 6곳(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신한투자)에 대한 2차 현장검사를 재개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아직 (H지수 ELS 관련) 검사가 완결되지 않았지만, 불완전판매 혹은 부적절판매 사례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2차 현장점검을 통해 손실을 누가 책임지느냐를 결정하고 손실 분배 방안을 이달 중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피해자들은 은행들이 고령자, 은퇴자 등 금융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보호기준 없이 노후자금 등을 투자하도록 권유했다고 주장한다. 은행들이 상품에 대한 설명도 없이 무작정 고령자나 은퇴자를 대상으로 고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가입을 종용했다는 주장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H지수 ELS 판매액 중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에 판매된 금액은 8만6000계좌, 5조4000억 원(30.5%) 규모에 달했다.

하지만 은행권은 오히려 고령 투자자들이 ELS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젊은 층보다 높다고 반박했다. 특히 은행 창구에 찾아와 먼저 ELS 상품에 가입하러 왔다며 자발적으로 신청을 원한 고령 투자자도 많았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피해자들의 목소리만 듣고 은행권만 압박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며 “손실을 본 이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무작정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은행권에 일방적인 자율 배상안 마련만 요구한다면 법적인 문제도 있고 앞으로 투자 목적의 금융상품 판매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자율 배상안 검토 과정에서 H지수 ELS 판매 시 적합성 원칙 위반 사례를 얼마나 폭넓게 인정할지에 따라 배상 범위나 수준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에서 해당 상품을 판매할 때 투자자 특성(투자 목적·재산 상태·투자 경험 등)에 얼마나 적합하게 투자를 권유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가 선제적으로 나서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이 있다. 금융당국이 내놓을 기준안을 참고해서 자율 배상안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적합성 원칙 위반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면 주주들이 반발하거나 배임을 주장할 수 있는 만큼 면밀한 검토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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