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정 의원실, 학부모·교사·지방공무원·지자체 ‘늘봄학교’ 간담회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13시간을 우리 아이들이 아플 때나 피곤할 때 누워서 쉴 공간도 없이 딱딱한 의자와 책상에 앉아서 버틸 수 있을까요?”
학부모들이 늘봄학교 전면시행에 앞서 돌봄 전용 교실이 없는 학교에 대해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14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늘봄학교를 주제로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날 강 의원실은 ‘늘봄학교,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늘봄학교에 대해 교육부를 비롯해 학부모와 교사, 지방공무원, 지자체와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간담회에서는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돌봄 공간이 많지 않다"며 지자체와의 협력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먼저, 학부모들은 시간마다 늘봄교사가 계속 바뀌는 것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늘봄 운영계획을 살펴보면, 정규 담임교사 대신 주 15시간 미만의 단시간 교사 4명(아침 돌봄봉사자, 프로그램 강사, 초등 돌봄전담사, 저녁 돌봄봉사자)이 계속 바뀌어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서울지역 초등생 자녀를 둔 황인욱 씨는 “돌봄은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과의 안정적 관계가 핵심인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사가 계속 바뀌면 저학년 학생들의 경우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없고 일관성 있는 돌봄을 받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돌봄을 위한 전용교실이 없는 학교도 문제라고 했다. 황 씨는 “돌봄 전용교실이 없는 곳에서는 아이들이 실내화를 신고 딱딱한 의자와 책상에 앉아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최대 13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때로 아플 때나 피곤할 때는 누워서 쉴 수 있는 여건도 갖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지역 초등생 자녀를 든 홍은석 씨는 “(늘봄학교는) 학교라는 건물 속에 아이들을 방치하겠다는 황당한 정책”이라며 “(늘봄을 할 수 있는) 학교시설이 확실히 있나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밀학군의 경우 일반교실도 부족해 특별실을 때려 부수고 일반교실로 확충하고 있다는데, 저학년 아이들 하교 후 오후 8시까지 흔쾌히 교실을 내어줄 선생님들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밤늦게까지 아이들이 그 차가운 교실바닥에 눕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실내화만 신고 앉아서 서서 생활해야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늘봄학교가 “동네 돌봄교실보다 못하다”고도 지적했다. 황씨는 “서울시 중구에서는 2019년부터 전국 지자체 최초로 구직영 돌봄정책을 시행했는데, 중구청이 파악하기로 기존 학교 돌봄교실은 참여자 중 행복한 사람이 없었다”며 “아이들은 재미가 없어 참여율이 낮고, 돌봄교사들도 만족도가 낮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구 직영 초등돌봄교실이 시작되자 학부모들 만족도는 99%에 달했다”면서도 “중구형 돌봄이 완벽한 정책은 아니다. 원하는 아이들이 모두 돌봄교실에 입소할 수 없다는 것과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단체장의 의지가 없을 때는 정책 자체가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했다.
간담회에서는 늘봄학교가 교육주체간 의견 대립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도 지적됐다.
진영민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늘봄학교에 대해 운영 주체는 누구인지, 교사 역할 배제에 동의하는지 등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교육주체 간 합의가 필요한 사항 중 그 어떠한 것도 충족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집 가까이에 있는 지역 아동 센터나 돌봄 센터 등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교육청, 지자체 모두가 함께 돌봄 정책에 협업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문 인력과 공간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간담회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공적 돌봄체계 사례로 문소정 서울시 노원구 온종일돌봄단장이 자치구 돌봄사례인 ‘노원형 돌봄-아이휴센터’를 소개했다. 문 단장은 “집이나 학교에서 걸어서 10분이나 방과 후 돌봄 시설을 조성해 접근성 높은 돌봄을 제공한다”며 “행정동 단위로 마을돌봄협의회를 구성 및 운영해 연계·협력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