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급률 추진 속 일본산 범용 장비 수입 급증
도쿄일렉트론 “중국 강력한 수요 더 강해질 것”
미국 규제 확대ㆍ중국 대량생산 불확실성 우려도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 속에서 일본 반도체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견제 속에서 반도체 자급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실리콘 세척, 절단 등에 사용되는 범용 반도체 장비 구매를 늘리면서 일본 관련 기업들이 특수를 누리게 된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SCI 일본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지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22년 10월 자국 반도체 기술에 대한 대중국 규제를 강화한 이후 두 배 이상 뛰었다. 또 이들 업체의 기업 가치 역시 16개월 사이 약 1470억 달러(약 196조4802억 원) 늘어났다.
일본 반도체 제조장치 업체들은 앞으로도 중국의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 중이다. 도쿄 일렉트론은 중국매출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가와모토 히로시 도쿄일렉트론 수석 부사장은 “중국의 강력한 수요가 지속하거나 더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 경제 전반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 분야에서만큼은 아무런 영향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웨이퍼 세정 시스템 제조사 스크린홀딩스도 이번 분기 반도체 장비 매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중국 의존도는 지난해 19% 수준에서 올해 3월 44%까지 커질 전망이다. 캐논 역시 올해 반도체 장비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5년 전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약 40%로 예상했다.
이외에도 고쿠사이 일렉트릭은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중국 시장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현지에서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중국 의존도 강화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말 "중국의 레거시(범용) 반도체 생산 동향에 대한 정보 수집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의 범용 반도체 생산 확대를 국가 안보상 심각한 위협으로 판단할 경우 새로운 규제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초기 중국 칩 제조업체들의 대량 생산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영국 조사기관 옴디아의 미나미카와 아키라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상황이 좋지만, 중국의 수요를 맞추고자 생산 역량에 투자할 경우 사업이 급격하게 위축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