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 탓…재고로 남은 2023년형 대상
올해부터 전기 픽업트럭 생산 50%로 감축
올해부터 전기 픽업트럭 생산을 반 토막으로 줄인 미국 포드가 주력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가격을 최대 1000만 원 내렸다. 안 팔리고 남은 작년 생산분이 재고 부담으로 닥쳐온 탓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미국 신차 포털 켈리블루북(KBB) 등에 따르면 포드는 전기 SUV '머스탱 마하-E' 가격을 최대 8100달러(약 1081만 원) 내렸다.
기본 모델 기준으로 시작가격도 4만2995달러(약 5740만 원)에서 3만9895달러(약 5310만 원)로 내려갔다. 포드는 "판매 성장과 고객 가치의 최적 조합을 달성하기 위해 시장에 계속 적응하면서 2023년형 모델의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전기차 시장 전반의 수요 둔화 속에 지난달 포드의 전기차 판매가 11% 감소한 데 따라 회사 측이 큰 폭의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했다.
보조금을 못 받게 되면서 판매 전망도 부정적이다. 머스탱 마하-E는 지난달부터 적용된 미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요건에 따라 3750달러(약 500만 원)의 세금 공제를 받지 못하게 됐다. 곧바로 미국 내 판매 실적이 51%나 급감했다.
이에 대응한 포드의 가격 인하 조치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기차 업계의 가격 경쟁에 다시 불을 지피게 됐다.
또 포드가 이번에 2024년형은 제외하고 2023년형 모델만 가격을 내린 것은 지난해 팔지 못한 재고를 처리하려는 것으로,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업계 전반에 재고 문제가 심각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앞서 포드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생산량을 올해부터 절반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대형 렌터카 업체인 허츠도 자사가 보유한 전기차의 약 3분의 1을 매각하고 내연기관 차량으로 교체한다고 선언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등록된 전기차 대수가 전년 대비 33.5% 증가한 1407만 대로 집계됐다"라며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재고, 에너지 가격 변동성, 충전 인프라 부족 등과 같은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완성차 업계가 본격적인 전기차 가격 인하를 서두르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공습이 꼽힌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자국 내 수요가 둔화하면서 적극적인 수출을 통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업체로 부상한 비야디(BYD)는 올해 최고급 모델 출시 계획과 함께 수출 목표를 늘려 잡았다. 보조금이 삭감되고 소비자도 지출을 줄이면서, 중국에서는 치열한 가격 전쟁이 촉발되고 있다.
비야디는 중국시장 전기차 수요둔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예고했다. 이런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통적인 전기차 브랜드의 가격 인하가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