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병원, 할리우드까지 다양한 곳서 파업 발생
“수십 년간 임금 침체로 쌓여온 불만 폭발”
미국 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파업 건수는 총 33건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규모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수는 46만 명으로 5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범위를 1000명 이하의 소규모 파업까지로 넓혔을 때 지난해 미국에서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수는 무려 54만 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파업이 발생하거나 노사 협상이 난항을 겪은 사업장이 공장에서부터 병원까지 다양했다. 작년 여름에는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할리우드 배우 조합 TV·라디오 예술가 연맹(SAG-AFTRA)이 파업을 벌였다. 같은 해 10월에는 미국 대형 병원 및 의료보험 체인인 카이저 퍼머넌트에 대한 미국 의료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파업이 일어났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종사자가 전체 대규모 파업 참가자의 약 90%를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교육·의료서비스업 노동자가 18만89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보 서비스업 분야에서도 두 번째로 많은 17만1500명이 대규모 노동쟁의 행위에 참여했다.
지난해 파업이 유독 속출했던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활고가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망 제약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 여파로 2021년부터 물가 상승이 이어졌다. 미국 코넬대 노사관계대학원(ILR) 등이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파업 중 절반 이상이 임금 인상을 가장 중요한 요구사항으로 꼽았다.
노사관계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토머스 코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지난 수십 년간 임금 침체로 쌓여온 불만이 폭발했다”며 “노동자들은 지금이야말로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LR는 “2021년과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노동쟁의 행위가 활발하게 이뤄졌다”며 “다만 파업의 기세는 1970년대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역대 파업 건수를 살펴보면 1990년대에는 연간 40건 정도의 대규모 파업이 발생했다. 대규모 파업이 가장 많이 일어났던 때는 1952년으로 한 해 동안 470건의 파업이 이뤄졌다. 가장 적었던 때는 총 5건의 대규모 파업이 있었던 2009년이었다. 2004년~2023년까지 대규모 파업의 연평균 발생 건수는 16.7건이었다.
한편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이탈 현상은 지속됐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노조 가입률이 1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정부 부문을 제외하면 6.0%다. 39건의 대규모 파업이 발생했던 2000년에는 노조가입률이 13.4%로 지금보다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