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ㆍ전략기획통 전진 배치
실적 악화 속 내실 다지기ㆍ외부 리스크 대응 주력할 듯
주요 게임사들이 연초 조직개편을 마무리하면서 오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새 수장을 맞게된다. 젊은 피를 수혈해 혁신을 꾀하는 것보다 실적 부진을 딛기 위한 경영 전략이나 규제 관련 법적 대응에 초점을 맞춘 인물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코리아와 엔씨소프트는 다음 달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동대표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엔씨소프트는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이사 취임과 함께 창립 이래 처음으로 창업자 김택진 대표 단독대표 체제에서 투톱체제로 변경된다. 넥슨코리아도 15년 만에 공동대표 체제를 택해 강대헌 최고운영책임자(COO)와 김정욱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가 나란히 다음달 수장 자리에 오른다.
공동대표 체제를 통해 본업인 게임에 충실하는 동시에 외부 리스크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엔씨코리아의 공동대표에 오르게 된 박병무 내정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해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구)로커스홀딩스)와 사모펀드(PEF) VIG파트너스 등의 대표직을 역임했다. 기업 경영, 전략, 투자 관련한 경험과 식견을 갖춘 전문 경영인으로 평가된다.
넥슨코리아는 개발자 출신인 강대현 COO와 언론인 출신 김정욱 CCO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와 별개로 지주사인 NXC는 지난해 말 이사회를 개편하면서 법조인 출신인 이홍우 전 넥슨코리아 법무실장(NXC 감사)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 속 내부 인사 발탁을 통해 ‘내실 다지기’를 택한 게임사들도 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과 함께 게임업계 ‘3N’으로 불리는 넷마블은 기획·법무 영역을 총괄해온 김병규 경영 기획 담당 부사장이 내달 신임 각자 대표직에 오른다. 서울대 법학과 출신인 김 부사장은 삼성물산을 거쳐 2015년 넷마블에 합류해 회사 내 전략기획통으로 꼽힌다.
카카오게임즈도 전략기획통인 한상우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내부 승진을 통해 사령탑에 오른다. 한상우 내정자는 네오위즈 중국 법인 대표 및 글로벌 사업 총괄 부사장, 아이나게임즈 COO, 텐센트코리아 대표를 거쳐 2018년 카카오게임즈에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주요 게임사들 C 레벨(경영진)급 인사가 대체로 보수적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한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게임사들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가 3월부터 의무화하면서 악재를 맞게 됐다. 여기에 게임을 둘러싼 지식재산권(IP) 분쟁도 늘어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카카오게임즈와 레드랩게임이 개발한 ‘롬(ROM)’이 자사 게임 ‘리니지W’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나 각종 법적 리스크 속 실적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대표 인선이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됐고, 대표들의 연령대도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