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14명 중 여성은 2명뿐…“절반 이상으로 늘려야”
“성별 갈등 원인은 병역의무…설득력 있는 해소책 필요”
신숙희(54·사법연수원 25기) 신임 대법관 후보자가 법관을 늘려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젠더법 분야 전문가로서 향후 여성 대법관 비율 상향, 성별 갈등 해소방안 등에 대해서도 적극 발언했다.
신 후보자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재판 지연 문제는 법관 수의 절대적인 부족에 기인하지 않느냐’는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이제는 법관 수 부족을 인정해야 할 시기가 왔다”라고 말했다.
‘법관 정원을 300여 명 이상 늘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신 후보자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며 “그 이상 늘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나라 예산 사정을 고려하면 한꺼번에 그 이상 늘리긴 쉽지 않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여성 대법관이 절반 이상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신 후보자는 “제가 가장 존경하는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전 연방대법관은 (여성이) 100%까지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인구 대비 대표성은 유지할 수 있으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구 대비라면 적어도 절반 이상인가’라고 묻자, 신 후보자는 “반대하실 분도 많이 계시겠지만 향후 좀 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수긍했다. 현재 14명의 대법관 중 여성은 노정희·오경미 대법관 2명밖에 없다.
이어 신 후보자는 “겪어본 일과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구성의 다양성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성할당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 후보자는 “우리나라는 성별 갈등이 첨예하고 그 근본에는 병역 의무가 도사리고 있다”며 “병역의무를 홀로 부담하는 것에 대해 부당함을 다투는 분들에게 설득력 있는 해소책 마련해 드린 후에 전반적으로 사회갈등 해소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신 의원이 남성 의사 인력은 1, 여성 의사 인력은 0.9로 추산한 보건복지부의 의사 추계 분석 자료를 제시하며 ‘남성과 여성의 인력의 차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신 후보자는 “지금 이 통계를 처음 접했는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신 후보자는 “여성이 그 직역에 많아지면 그 직역의 사회적 지위가 떨어진다는 말을 식사 자리에서 많이 들었다. 법원에 여성 인력이 늘어나기 때문에 법조인의 사회적 지위가 떨어지는 것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제 업무능력으로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성 법조인과 여성 법조인이 1대 1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나’라는 질의에는 “그건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라며 “이미 알고 계시리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허숙정 의원은 ‘지난 20년간 여성 대법관 수가 2~3명에 그치는데, 그 이유가 신 후보자처럼 업무능력을 보여준 여성 법관이 없어서인가 아니면 여성 역량을 폄하해서 보는 차별적인 구조와 문화 때문인가’라고 물었고, 신 후보자는 “후자가 맞다”고 답했다.
7년 가까이 나라를 뒤흔든 ‘사법농단’ 의혹 관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최근 1심에서 무죄가 난 데 대해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1심 판결문에 의하면 사법권 독립 침해가 있었느냐’고 묻자, 신 후보자는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문재인 정부 시절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 훼손 등 정치적인 현안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 후보자는 27년간 서울·대전·제주·창원·수원 등 법원에서 민사·형사·행정 등 다양한 재판 경력을 쌓았다. 한국젠더법학회 부회장, 법원 내 젠더법연구회 회장 등을 지냈고, 아동과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연구와 교육활동에 힘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