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23년 출생·사망통계(잠정)'…인구 늘어도 혼인은 정체, 신혼부부 유입도 끊겨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1명대 합계출산율을 지키던 세종시가 무너졌다. 주된 배경은 혼인율 감소와 신혼부부 유입 둔화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세종의 지난해 출산율은 0.97명으로 전년(1.12명)보다 0.15명 감소했다. 17개 시·도 중 감소 폭이 가장 크다. 2022년까지 세종은 17개 시·도 중 출산율 1위이자, 유일하게 1명대 출산율을 지키던 지역이었다.
전체 시·군·구 중 지난해 출산율이 1명 이상인 지역은 대구 달성군·군위군, 인천 강화군, 울산 울주군, 경기 과천시, 강원 삼척시·홍천군·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 충북 증평군, 충남 서산시·당진시·예산군, 전북 김제시·장수군·임실군·순창군, 전남 나주시·광양시·담양군·고흥군·보성군·장흥군·강진군·해남군·영암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완도군·신안군, 경북 김천시·영천시·의성군·청송군·고령군·성주군·예천군·울진군, 경남 거창군 등 42곳이다. 이들 중 연간 출생아가 1000명 이상인 지역은 한 곳도 없다. 상당수는 연간 출생아 수가 100~300명대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연간 출생아가 네 자릿수인 지역 중 유일하게 1명대 출산율을 지키던 세종의 추락은 뼈아프다. 세종은 행정구역상 광역단체지만, 차지구가 없어 기초단체에 가까운 지역이다.
세종의 출산율이 감소한 주된 배경은 혼인율 감소다. 세종의 주민등록인구는 출산율이 정점(1.89명)이던 2015년 말 21만884명에서 지난해 말 38만6525명으로 83.2% 증가했다. 20·30대는 6만3068명에서 9만7150명으로 54.0% 늘었다. 그런데, 지난해 출생아 수의 선행지표인 2022년 혼인 건수는 1664건으로 2015년 대비 11.1% 증가에 그쳤다. 출산율의 모수인 가임여성이 느는 만큼 혼인이 늘지 않으니, 출생아 수가 정체돼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집값 급등기인 2021년 이후에는 출생아 수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잠정치는 2800명으로, 고점(2019년, 3468명) 대비 23.9% 줄었다.
그간 세종의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건 통계적 착시다. 통계청 인구이동통계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5년 세종에 전입한 20·30대의 47.4%는 2인 이상 세대였다. 애초에 임신·출산 가능성이 큰 신혼부부 유입이 많았기에 출산율이 높았다. 당시 세종 주택시장은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아 전세가가 1억 원대에 불과했다. 인근 지역 대비 가성비가 좋아 신혼부부들이 몰렸다. 그런데 2022년 20·30대 전입자 중 2인 이상 세대 비중은 26.1%에 불과했다. 2020~2021년 집값 급등기를 거치며 가성비가 떨어지자 신혼부부들의 발길도 끊겼다.
그간 세종시는 저출산 극복의 모범사례로 꼽혀왔다. 전국 평균의 두 배에 육박하는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 정부·공공기관 밀집에 따른 높은 모성보호제도 사용률 등이 배경으로 분석됐다.
현실에서 세종은 2015~2022년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46.3%)한 지역이다. 세종의 과거 출산율은 신혼부부 유입에 따른 ‘거품’이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은 “세종의 출산율은 인프라 대비 전세가가 저렴한 신도시 프리미엄으로 대전, 청주시, 충남 공주시 등 인근 지역의 출산율을 빼앗아온 것인데, 마치 보육기반이 좋아 스스로 출산율이 오른 것처럼 왜곡됐다”며 “그간의 정책 오류를 바로잡는 차원에서라도 세종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