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에도 불구 국내 아동복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다. 왕자나 공주처럼 귀하게 자라는 아이를 뜻하는 ‘골드키즈’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 명의 아이를 위해 부모, 양가 조부모, 삼촌, 이모, 고모 등이 지갑을 연다는 ‘에잇포켓(Eight pocket)’을 넘어 주변 지인까지 더한 ‘텐포켓(Ten pocket)’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매년, 매분기 낮아지는 반면 국내 아동복 시장 규모는 해마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유·아동복 시장 규모는 1조2016억 원으로 2020년(9120억 원)보다 31.8% 증가했다. 1~2명 정도의 자녀를 위해 과감히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에 고물가에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이 타격을 입은 패션업체들과 달리 백화점 업계는 골드키즈 바람을 타고 매출 신장세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수입 키즈 카테고리와 프리미엄 키즈 용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 14.7% 늘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키즈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보다 약 10% 증가했다. 특히 프리미엄 유아용품은 25%, 펜디키즈, 지방시 키즈 등 명품 브랜드는 10% 성장했다.
주요 백화점들은 프리미엄 키즈라인을 강화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강남점에 베이비 디올의 선물 전문 매장을 열었다. 다음 달에는 부산 센텀시티점에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아뜰리에 슈’가 입점한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잠실점에 세계 최초의 파타고니아 키즈 매장, 뉴발란스키즈 메가샵을 오픈 한 데 이어 앞으로도 다양한 브랜드를 발굴하고 유치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판교점에 몽클레르 앙팡을 열고 6월 중으로 베이비 디올 매장도 선보일 예정이다.
패션업계는 골드키즈에게 지출을 아끼지 않는 수요를 잡기 위해 공들이는 모습이다. 이랜드리테일이 전개하는 뉴발란스 키즈는 작년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3% 성장했다. 1000억 원 매출을 올렸던 5년 전과 비교하면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뉴발란스 키즈는 1월 스타필드 수원점에 오픈한 약 331㎡(100평) 규모의 메가샵을 중심으로 체험 거리를 제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전개하는 빈폴키즈는 기존 제품에 사이즈를 추가해 소비층을 넓혔다. 기존 7세부터 13세에 맞는 사이즈를 선보였다면 작년부터 3~5세 유아들을 위한 110 사이즈 상품을 출시했다. 빈폴키즈는 향후 남아 중심의 스타일에서 여아 전용 스타일을 확대하고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키즈 시장 규모가 늘어나는 배경으로 ‘저출산’과 ‘비교적 늦은 혼인 연령’을 꼽았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결혼 연령이 늦어진 것과 비례해 소득 수준도 높아졌다”며 “자신의 아이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는 경쟁 심리가 작용해 부모들이 아이를 위해 과감한 소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역시 이런 수요를 겨냥한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