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바닥 찍었다" 기대감에…다시 늘어나는 엔화예금

(그래픽=이진영 기자 jy1010@)

엔화 가치가 최근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에 환차익을 노린 엔테크(엔화+재테크)족이 몰리며 엔화예금 잔액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달 29일 기준 1조2130억 엔이다. 이는 전월 말(1조1574억 엔)보다 4.8% 늘어난 것이다.

엔화예금은 엔화 가치가 하락했을 때 원화를 엔화로 바꿨다가 엔화 가치가 올랐을 때 되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환율 상승에 따른 매매차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지만, 원화를 엔화로 바꾸고 다시 원화로 바꿀 때 각각 약 1.75% 수준의 환전수수료가 붙는다.

최근 엔화예금 잔액이 급증하는 것은 엔화가 바닥을 찍었다는 심리 때문이다. 앞서 5대 시중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작년 3월 말 기준 6224억 엔에서 6월 말 9373억 엔, 9월 말 1조335억 엔, 11월 말 1조1971억 엔까지 치솟았다. 이 기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꾸준히 하락했다. 지난해 4월 27일 기준 100엔당 1001.61원까지 올랐던 원·엔 환율은 같은 해 11월 16일 100엔당 860.66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원·엔 환율은 지난해 12월 14일 100엔당 923.76원까지 올랐고 12월 말 기준 엔화예금은 1조1330억 엔으로 전월 말보다 5.7%(641억 엔) 줄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원·엔 환율이 다시 100엔당 800원대로 떨어지자 더 큰 환차익을 기대하는 이들이 몰리며 엔화예금 잔액이 1월 말 1조1574억 엔, 2월 말 1조2130억 엔으로 급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몰리면서 엔화예금 잔액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며 “일본은행(BOJ)이 이달이나 다음 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이 같은 분위기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은행의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지난달 29일 마이너스 금리 조기 해제론에 대해 경계한 것이 최근 엔화 약세로 이어졌다. 우에다 총재는 “인플레이션율이 일본은행의 목표인 2%에 지속적으로 근접했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다”며 “임금인상 전망에 대해 더 많은 데이터를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시장은 일본은행이 춘계 노사 임금협상이 끝나면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엔화 가치가 올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정성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엔화 가치(실질 실효환율)는 199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올해 2분기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일본과의 통화정책 강도 차이가 축소돼 엔화는 강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