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대생들 ‘삭발식·동맹휴학’ 등 강력 반발
전국 40개 대학이 2025학년도 대입에서 의과대학 정원을 3000명 이상 늘려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수요 조사 결과 최대치인 2847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2일부터 4일까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총 40개 대학에서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정부의 의대 증원 목표치인 2000명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지난해 11월 의대 증원 수요조사 당시 규모인 2151~2847명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최대치인 2847명보다도 19.4%나 많다.
서울 소재 대학 8개교에서 365명, 경기·인천 소재 대학 5개교에서 565명, 비수도권 대학 27개교에서 2471명의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원 인원의 72.7%를 비수도권에서 요구한 셈이다.
의대 정원 확대를 놓고 정부와 대립 중인 의료계는 대학 총장들에게 증원 신청을 자제해 달라고 여러 차례 촉구했지만 교육부가 “신청하지 않은 대학은 임의로 증원해 주지 않겠다”고 못 박은 만큼 모든 대학이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요조사에서 정원 50명 미만의 소규모 의대들은 2배에서 5배에 달하는 증원을 신청했고, 거점국립대들도 적극적인 증원에 나섰다.
충북대는 기존 49명에서 250명으로 기존 정원의 5배 이상을 신청했고, 울산대는 기존 정원 40명의 4배에 가까운 150명을 신청했다.
건국대(글로컬)는 기존 40명에서 120명으로, 강원대는 기존 49명에서 140명으로 늘려달라고 신청했다. 대구가톨릭대(정원 40명)는 80명으로, 동아대(정원 49명)는 100명으로, 부산대(정원 125명)는 250명으로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의대 정원 배정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신청 규모를 토대로 이달에 보건복지부와 배정위원회를 구성한 뒤 4월 중하순까지 배분을 마칠 방침이다.
정부는 비수도권 의대와 정원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하되, 각 대학이 제출한 수요와 소규모 의대의 교육 역량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배정할 예정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부는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역량, 지역과 필수의료 지원의 필요성, 소규모 의과대학의 교육역량 강화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원 배정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증원 수요와 함께 어떤 식으로 의대를 운영할지에 대한 계획도 받았다"며 "서류 검토를 하고, 선정 기준을 복지부와 협의한 후 배정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과 학생들은 의학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원대 교수 10여명은 일방적인 증원 방침에 반대한다며 이날 의대 앞에서 삭발식을 열었다.
의대생들의 단체 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오후 6시 기준)까지 정상적으로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총 5401명으로,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28.7%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