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늘땐 금융당국 압박
은행권 "악순환 고리" 피로감
1년 새 은행채가 수직 하락하면서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가 연 4% 중반에서 연 3%선 까지 떨어졌다. 4·10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권에서 은행의 대출금리를 강제로 끌어내리는 이른바 ‘금융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면서 대출금리는 당분간 더 떨어질 전망이다. 은행권은 대출금리 인하가 자칫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지면 당국의 불호령이 떨어지는 문책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연 3.49~5.48%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연 4.41~6.52%) 보다 최저 금리는 0.92%포인트(p), 최고 금리는 1.04%p 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금리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연 4.35~6.35%로 1년 전(연 5.42~6.45%) 보다 금리 하단이 1.07%p 하락했다.
이처럼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준거금리인 은행채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담대 혼합형 준거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1년 전 연 4.47%에서 현재 연 3.88%로 0.59%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의 준거금리인 은행채 6개월(AAA) 금리는 연 3.81%에서 연 3.71%로 떨어졌다.
대출금리는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4·10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국과 정치권에서 표심을 의식한 ‘금융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5일 총 76조 원 규모의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중소·중견기업의 금리 부담을 덜기 위해 19조4000억 원을 지원하고, 중소기업 전용 금리 인하프로그램을 통해 연 5%가 넘는 대출금리를 1년간 최대 2%p까지 인하하는 내용이 담겼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20조 원을 분담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가계 대출원리금 상환 부담 대폭 완화 △채무자 중심의 보호 체계 구축 및 사각지대 해소 △소상공인·자영업자 고금리 피해회복 지원 확대 등 ‘고금리 부담완화 3종 세트 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소상공인 정책 자금을 2배 이상 늘리고,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10∼20년짜리 장기·분할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소상공인 고금리 피해 복구 지원 확대 대책도 공약에 포함했다.
은행권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포퓰리즘 정책들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출금리 인하가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불호령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될 것이란 우려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하락은 자연스런 시장의 움직임이지만 당국 개입에 의한 은행 대출 인하와 같은 시장 개입은 자금 시장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다”며 “금리 인하 시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면서 한국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