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윈프리, 체중관리업체 지분 매각
위고비, 지난해 매출 전년 대비 407% 증가
2030년 체중조절 약물 매출 800억 달러 전망
공급 부족·보험 적용 확대 과제도 남아 있어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2021년 6월 최초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비만·당뇨치료제인 ‘위고비(Wegovy)’를 출시했다.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는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임상 결과가 나오면서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했다.
실제로 위고비가 출시된 이후 미국 체중관리업체 웨이트워처스(WW)의 주가는 현재까지 약 90% 폭락했다. 지난달 28일 WW의 대주주인 미국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WW 이사회에서 탈퇴하고 모든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신이 GLP-1 비만치료제를 사용하고 있기에 이와 관련된 이해관계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네슬레 등 글로벌 식품 대기업들도 획기적인 비만치료제의 등장에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소비재 기업들이 체중 감량 약물을 언급한 횟수는 전년 동기보다 두 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의 선두주자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릴리다. 지난해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 매출은 전년 대비 407% 증가한 313억4300만 덴마크크로네(약 6조950억 원)를 기록했다. 시장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Zepbound)’는 출시 첫해에만 29억 달러(약 3조8744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자들의 열기도 뜨겁다. 최근 3년간 노보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3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시총이 5600억 달러에 달하는 노보노디스크는 유럽에서 가장 몸집이 큰 회사로 등극했다. 일라이릴리의 시총도 지난해 초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7400억 달러로 불었다.
다만 효과적이고 안전한 비만·당뇨치료제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비만연맹(WOF)에 따르면 현재 5세 이상 인구의 약 38%인 27억 명이 비만 또는 과체중이다. 체중 조절 약물은 매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치료를 시작한 사람이 많아질수록 수요는 더 빨리 증가한다. 이미 초과 수요로 물량 부족에 허덕이는 상황이라 제약사들은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약물 투약 시 사용하는 주사펜의 제작량을 늘리는 것도 시급하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주사펜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11월 독일에 25억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노보노디스크도 덴마크 공장의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6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적어도 몇 년 동안은 수요가 공급을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장밋빛 전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 적용 대상이 확대돼야 한다. 현재까지 1억1000만 명 비만 미국인 중 약 절반만이 건강보험을 통해 비만치료제를 복용했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시장 전망치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에게 약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민간 보험사들은 사실상 무기한 복용해야 하는 고가의 약값을 부담하기 꺼리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공급량도 늘어나고 보험 적용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제약사들에게는 ‘치열한 경쟁’이라는 최종 과제가 남아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수많은 업체가 약물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블룸버그는 100개에 달하는 체중 조절 약물이 개발 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추정했다.
현재까지는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업계의 선두를 지키고 있다. 신약 개발에는 약 9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초기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약물은 2027년 이전에 출시될 가능성이 작다. 이코노미스트는 “두 회사는 잠재적인 경쟁자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서로를 견제하면서 혁신하는 중”이라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당뇨병 환자 및 비만 인구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