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페이코인·갤럭시아 상폐 사유 제각각 다르지만
계약서상 명시된 “거래소 권한·자율성 인정”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 썸씽이 5일 법원에 상장 폐지 가처분 신청을 낸 가운데, 업계에서는 기각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법원이 그간 이뤄진 상폐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기 때문이다. 그간의 사법부는 거래지원 여부 결정 과정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권한과 자율성을 인정해왔다.
7일 본지가 입수한 페이코인, 갤럭시아 가처분 신청 결정문에 따르면, 사건마다 상장 폐지 사유와 쟁점은 조금씩 달랐다. 다만 재판부는 공통으로 거래소가 재단과 상장 계약을 체결할 당시 '거래소가 가상자산을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하거나 거래지원을 종료할 수 있다'고 명시한 계약 조항을 언급하며 거래소의 자율성을 인정했다.
지난해 4월 재판부는 페이코인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을 내리며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재단 간의) 상장 계약이 채무자의 기준 및 판단에 따라 거래지원이 종료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고 판단했다.
페이코인 사건 결정문에 따르면, 양사가 맺은 계약 제11조 제1항, 제2항은 ‘채무자는 투자자 보호와 가상자산의 공정한 가격 형성 및 관련 법령ㆍ규제 준수를 위해 상장된 가상자산에 대하여 회사의 내부 기준에 따라 심사를 할 수 있고, 심사결과 및 채무자의 정책에 따라 가상자산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하거나 거래지원을 종료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올해 1월 갤럭시아 건도 마찬가지이다. 갤럭시아 사건 결정문에 따르면, 갤럭시아와 빗썸이 맺은 계약서 제11조 제3항, 제4항은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이 사건 코인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할 수 있고, 투자유의종목 지정 사유가 해소 되지 않을 경우 이 사건 코인의 거래지원을 종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갤럭시아 측은 당시 해당 계약 내용이 약관규제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했다. 약관규제법 제10조에 따르면 상당한 이유 없이 급부(계약내용)를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거나 사업자가 이행하여야 할 사안을 일방적으로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은 무효에 해당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계약 내용이 약관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상장 조건이 유지되지 않거나 투자자 보호 등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한해 상폐 결정이 이뤄지고, 투자 유의 종목 지정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재판부는 "거래소가 거래지원 종료 결정에 앞서 재단에 거래지원 종료 사유에 관해 소명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거나 거래지원 종료 결정을 받지 않기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알리면서 이를 최고해야 한다는 근거를 이 사건 상장 계약이나 약관에서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2022년 12월 위믹스 상장폐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때에도 거래소의 자율성을 중시했다. 당시 재판부는 "채무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 염결성 등을 지켜 투자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거래 지원 유지 여부에 대한 채무자들의 판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간의 결정을 비춰볼 때, 썸씽도 상폐를 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진현수 변호사는 "기존 사건이랑 특별히 다른 사실관계가 없다면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서 가처분 신청 인용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가상자산 거래소와 재단 사이의 갑을 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계약 자유상 형식적 평등에 매몰됐다고 비판한다. 거래소에 상장하고 싶은 재단으로서는 거래소에서 요구하는 계약서에 따라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갤럭시아 측 법률 대리를 맡은 이정엽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변호사는 당시 이투데이에 “가상자산 상장에 있어서 (재단과 거래소가) 대등한 지위가 아닌 점, 상장계약서의 상장 및 유지 조건에 대한 교섭이 없었다는 점, 무엇보다도 갤럭시아 재단의 상장 유지를 위한 행위가 상장유지에 충분하지 않은 점에 대한 법적 검토가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