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멈추지 않는 전세 사기 피해자의 절규

입력 2024-03-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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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지원과 제도가 나오지 않으면 우리는 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인천 '건축왕' 전세 사기로 세상을 떠난 피해자 A 씨의 1주기를 맞아 지난달 하순 한자리에 모인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목소리다.

전세 사기 문제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지 2년, 정부가 첫 전세 사기 대책을 내놓은 지 1년 반 그리고 전세 사기로 세상을 등진 피해자가 나온 지 1년이 됐다. 그사이 전세 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고 정부가 여러 지원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간절한 외침은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벼랑 끝을 벗어나지 못해서다.

전세 사기 특별법과 정부의 지원 방안이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 인정을 받아도 제대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일이 발생하고 대책의 허점도 계속 지적된다.

한 전세 사기 피해자는 저금리 대환대출, 지자체 지원 대출이자 지원, 전세대출 상환금 유예를 모두 받지 못했다. '전세계약이 남아 있다. 버팀목 대출이 아닌 일반 대출이다.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이다.'라는 게 각각의 이유다.

전세 사기 피해주택 협의매수 대책에 관해서도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상인 소위 '깨끗한 주택'이 많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다가구주택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전세 사기 특별법 사각지대에 있다는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누구보다 절박할 수밖에 없고 그런 만큼 한시라도 빠른 도움이 절실하다. 모든 생활의 출발인 주거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도시연구소의 전세 사기 피해자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1~2인 가구 비중이 83%가량 되고 절반 정도는 월 소득이 300만 원 미만이다. 피해자의 83%는 전세자금을 대출·차입으로 마련했는데 30세 미만은 87.6%로 비중이 특히 높다.

가구 구성과 소득 등을 고려하면 상당수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 또는 신혼부부라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게 평균 1억 원 안팎인 전세금이 사라지는 것은 사회생활로 이룬 전부를 잃는 것과 다름없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거나 전세금이 목숨과 같다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란 의미다.

인천 건축왕 재판을 맡은 판사도 이런 부분을 지적했다. 해당 판사는 "(전세 사기는)인간 생존의 기본 조건인 주거의 안정을 파괴하고 취약계층의 삶과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악질적인 범죄"라고 강조했다.

누가 봐도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심각한 상황에 있다. 그런데 이들을 구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정부는 급할 게 없는 듯하다.

전세 사기 피해 주택 협의매수 방안에 대한 비판에 국토교통부의 반응은 '대상 확대 검토 중'이다. 두 달 전 나온 1·10 대책의 후속 조치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가장 바라는 '선구제 후구상'이 포함된 전세 사기 특별법은 다른 사기 피해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막아서고 있다. 물론 피해자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를 구제할 제대로 된 지원방안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그건 안된다'는 식으로 반대하는 게 문제다. 이런 방식으론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은 전세 사기 피해자의 고충을 가중하고 점점 사지로 몰아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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