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ㆍ2심은 중복보험사가 대신 이행 판단…대법서 파기환송
보험사가 피보험자와 직접적인 보험금 지급 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면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현대해상화재보험이 A 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현대해상화재보험, 삼성화재해상보험 두 곳과 2017년 6월 무보험차상해 담보특약을 포함해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맺은 A 씨는 같은 달 22일 군복무 중 운전병의 과실로 사고가 나 경추 탈구 등의 상해를 입었다.
다음 달인 2017년 7월 A 씨 측은 삼성화재에 담보특약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해 8000만 원을 지급받았다. 삼성화재는 중복보험자인 현대해상에 일부 분담을 요청했고, 현대해상은 분담금으로 4000만 원을 삼성화재에 지급했다.
이후 현대해상은 지급의무가 없는데도 보험금 4000만 원을 지급했다며 A 씨에게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주관 보험자가 자신의 부담 부분을 넘어서 피고에게 지급한 보험금 부분은 타인 채무의 변제로 볼 수 있고, 주관 보험자는 원고에게 부담 부분에 대해 구상할 수 있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2심도 “현대해상은 직접적인 보험계약 관계가 없지만, 보험금 지급채무를 삼성화재 대신 이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A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 씨가 삼성화재로부터 보험금을 받을 때까지 현대해상에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았고, 4000만 원의 분담금이 현대해상 몫을 대신해 받았다고 인식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봤다.
또 보험계약의 당사자 및 내용, 보험금 청구 및 지급 경위와 그 전후 사정 등 추단할 수 있는 당사자들의 의사나 인식을 종합하면 삼성화재가 변제 주체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변제나 부당이득 반환청구의 주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만약 현대해상도 보험 접수를 받았고, 중복보험사로서 삼성화재와 사전 협의가 진행됐다면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이 사건의 경우 삼성화재가 원고가 되면 시효에 따라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