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장 규모가 소폭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리츠 시장 신규 진입도 수월치 않아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취득해야 하는 라이센스인 자산관리회사(AMC) 인가를 받은 회사 중 절반 가까이가 인가가 취소 혹은 철회되거나 실질적으로 미운영 상태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리츠 수는 370개며, 자산 총계는 97조8700억 원이다. 이는 2022년 말 기준 리츠 수는 350개, 자산 총계는 87조7000억 원이었다. 리츠는 2001년 출범 이후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1월 기준 리츠 수는 369개, 자산 총계는 94조600억 원으로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츠 시장 진입도 마땅치 않은 양상이다. 리츠가 출범한 2001년부터 올해 3월 6일까지 설립인가를 받은 74개 회사 중 총 16곳이 인가가 취소되거나 철회됐다.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운영 중인 AMC 57곳(자기관리리츠 제외) 중에서 16곳이 수탁규모가 0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리츠 수탁액도 소수 회사에 집중돼있다. 자기관리리츠를 제외한 수탁액 93조5000억 원 중 한국토지주택공사(17.94%), 코람코자산신탁(15.82%), 대한토지신탁(10.05%), 에스케이리츠운용(5.56%) 등 4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 전체 리츠 시장 중 수탁액 비율이 2%가 넘는 AMC는 14개사에 불과하다.
이는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부동산 시장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신규 리츠 설립 및 운용 역시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AMC는 인가 이후 3년간 리츠 투자·운용 실적이 없으면 인가가 취소될 수 있다. 이에 부동산 시장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인가가 취소되는 운용사가 속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0년 AMC 본인가를 받은 현대자산운용은 최근 리츠 AMC 인가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자산운용은 빌딩, 호텔, 물류센터 등 리츠를 설립하려 했으나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라이센스 취소 이전에 자진 반납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업계관계자는 “AMC 인가 이후 리츠 설립을 위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등 여러 차례 팀을 새로 꾸렸지만 실적을 못 내면서 사실상 방치된 회사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제도권이 리츠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보완에 나서면서 올해 리츠 업황이 개선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1일 AMC 인가 절차 간소화와 리츠 배당 기준 개선 등의 내용이 담긴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기존 예비인가를 거쳐야 했던 AMC 인가 과정이 간소화하면서 AMC 설립 기간이 단축되고, 리츠 이익배당 산정 기준도 개선돼 리츠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평가손실이 발생해도 이를 이익배당 한도에서 제외하는 등 면세 범위를 넓혀 리츠사가 배당을 늘릴 수 있게 됐다.
1월 10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는 △리츠를 통한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대규모 민간 임대를 운용하는 임대 리츠 활성화 △운영 주체를 장기 임대 리츠로 한정하는 자율형 장기 임대 도입 △신도시 리츠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성 개선과 배당매력도 증가, 리츠 자산 다변화 기회 확대, 주주가치 제고 등으로 국내 리츠의 리레이팅을 기대한다”며 “리츠 회사채 발행 여건도 개선되는 등 조달 여건이 전반적으로 완화하고 있고. 리츠 개별적인 펀더멘털도 회복하고 있어 리츠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상승하는 구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