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배제ㆍ자사고 부활 등 사교육 유발 정책 다수"
"의대 증원에 올해 사교육비 증가 예상…관련 대책 없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이 27조1000억원으로 3년 연속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교육부가 9년 만에 내놓은 ‘사교육 경감방안’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부는 사교육비 총액이 26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자 사교육비 총액을 24조2000억원으로 6.9% 줄이고 1인당 사교육비 증가율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이내로 잡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올해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1인당 사교육비 증가율 역시 전체학생 기준 전년 대비 5.8%가 올라 작년 소비자물가 상승률(3.6%)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사교육비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18조~20조 원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1년 23조4000억 원에 이어 2022년 26조 원, 지난해 27조1000억 원을 기록하면서 3년 연속 크게 늘었다. 2007년 조사가 시작된 뒤 사상 최고치였던 전년도 기록을 한 해 만에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사교육 대책에도 사교육비가 전혀 줄지 못하는 원인으로 의대 열풍과 수능 킬러문항 배제 논란, 자율형사립고·외고 존치 등을 꼽는다. 공교육과 대학 입시의 엇박자로 학생들이 결국 학원가로 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송경원 녹색정의당 정책위원은 "3년 연속 사교육비가 증가했다는 것은 정책 실패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라면서 "국가 통계에서 지표상으로 계속 경고를 보냈고, (사교육 경감) 대책까지 수립했음에도 역대급으로 나온 건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해 정부가 '킬러문항'과 관련해 입시 지형을 흔들어놓으면서 혼란이 발생해 사교육비를 유발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면서 "또 자사고·외고는 유지시키기로 결정해 고등학교와 대학 서열을 더 강화시켜 경쟁(유발) 요인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도 "정부가 사교육 경감 대책도 내놨지만, 실제로는 '고교체제 다양화'라는 이름으로 사교육을 유발하는 정책들도 계속 내놨다"면서 "따지고 보면 사교육 대책에서 나온 방안도 사교육 카르텔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것 등이었는데 그건 전혀 사교육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 등이 이뤄지는 올해 사교육비는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송 정책위원은 "의대 증원 때문에 단기적으로 경쟁 강화 효과가 생길 텐데, 이건 작년 사교육비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면서 "의대 사교육비 증가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대책이 없는 것은 정부가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사교육비 경감을 정책 목표로 삼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교수는 "사교육비는 소득과 관계가 있는데, 국민 고소득자가 증가하면서 (사교육비를) 감당할 만하니까 지출을 하는 것"이라면서 "막을 수 없는 걸 막겠다고 하니 문제가 터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교육비가 줄어들려면 사람들이 대학 진학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믿거나,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직업을 가질 때 공정하지 않는다고 여겨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지금은 사교육비를 쓸 수 없는 이들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좋은 교육을 공급하는 게 국가가 할 역할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열린 사교육비 조사결과 분석 정례브리핑에서 교육부 관계자는 킬러문항 배제, 의대열풍 등이 불안요인으로 작용, 사교육비가 증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킬러문항 배제라든가 공정 수능과 관련, 방향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가야 될 방향이다”라면서“ 시간이 안착이 되면 오히려 사교육 경감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대 문제도 공교육 체제 내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