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업계와 학계는 도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실현 방안에 대해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은 18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중소기업과 은행의 동반성장 노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상생금융지수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실적과 설문조사를 종합해 대기업의 동반성장 노력을 평가하는 ‘동반성장지수’처럼,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행태, 사회공헌 및 설문조사를 종합해 은행의 동반성장 노력을 평가하는 지수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중소기업의 혁신성장을 위한 상생금융의 역할’을 발표했다. 그는 “은행 의존도가 높은 한국 중소기업은 코로나19 이후 대출액 증가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가중돼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임 교수는 “중소기업 혁신과 성장을 위해, 은행이 자금을 공급하고,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은행 영업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절실하다”며 “현재 시혜적인 상생금융을 중소기업과 은행이 동반성장하는 개념으로 재정의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노용환 서울여대 교수는 ‘상생금융지수 도입 및 운영방안’을 발표하며 “은행의 상생금융 대상이 금융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에 치우쳐있어, 중소기업에 대한 상생금융 실적은 미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 교수는 “동반성장지수 평가를 통한 실물 부분에서의 대기업·중소기업 간 협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상생금융지수 도입을 통해, 실물·금융·공공부문이 지탱하는 균형적인 경제생태계를 구축해야한다”고 말했다.
종합토론에서는 한정화 한양대 교수를 좌장으로 △강영수 금융위원회 은행과장 △김용진 서강대 교수 △박치형 동반위 운영처장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실장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중소기업 상생금융의 필요성과 상생금융지수 도입방안에 대해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토론자들은 중소기업 상생금융의 필요성과 상생금융지수 도입 취지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중소기업 상생금융 실현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냈다. 또한, 중소기업과 은행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상생금융지수 도입을 위해 앞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과 상생금융지수 도입 취지에 맞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진 교수는 “은행이 소비자를 보호하고 소비자의 후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상품을 개발하며, 고객 친화적 프로세스를 만들고 효율화 하는 것이 상생금융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들의 자금확보 관행이 간접금융에서 직접금융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으며, 이 경우 더 다양한 상생금융 아이디어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치형 운영처장은 “금융권은 재무건전성 저하, 이중평가에 대한 부담을 제기하고 있고, 자칫 평가결과에 따라 기업이미지가 악화돼 고객선택에 의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생금융지수가 향후 시중은행 시범평가 이후 특수은행, 지방은행, 저축은행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경쟁평가보다는 자발적 참여유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서경란 실장은 “제안된 상생금융의 범위가 중기금융 지원 전체를 포괄하고, 기존 평가나 제도와의 중복 등 실제 상생금융의 취지에 맞는 효과를 달성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상생금융의 범위를 더 명확히 하고 범위를 특정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상생금융 실현을 위해, 상생금융지수는 필요한 제도”라며 “은행,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 오늘 논의된 중소기업, 은행의 의견을 적극 검토하고, 앞으로 다양한 의견을 계속해서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