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의료라는 성과는 지난 20~30년간 환자만을 바라보며 환자 곁을 지켜온 의사들의 노력 덕분이다. 그런데 이러한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고 있다. 환자들은 걱정스럽다.
“왜, 의사들은 병원을 떠났을까?”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패키지 등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이 이유다. 정부는 지역별 의료격차와 필수의료 위기 등은 의사 수 자체가 부족해서라고 본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의료개혁’이 시급하고, 의사 수 확대는 필요 요건이라고 한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추진은 확고하다.
의사들은 정부가 제시한 지금의 정책은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 의사들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필수 진료과 지원 확대 등을 끊임없이 강조했지만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고 한다. 의대 증원 재검토와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요구한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한달이 됐고, 의대생의 동맹휴학도 3주차에 접어들었다. 의대 교수들도 정부가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병원을 떠날 태세다. 떠난 전공의들에 정부는 면허정지를 알렸다.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며,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의료공백 사태 촉발 원인 전면에는 의대 증원이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전공의에 의존도가 큰 상급종합병원시스템,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필수 진료과 지원을 방치했던 정부의 무책임, 의약분업 등 의료정책 결정 과정에서 보여준 의사들의 과도한 집단행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의대 증원 정책에 전문가(의사) 의견 청취, 시민사회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의대 증원 근거로 정부가 제시했던 연구를 수행했던 연구자들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의사를 더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은 맞지만, 보고서에 담긴 복잡한 가정을 무시한 채 단기간 급격한 증원 추진 정책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의사들은 “이대로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이 붕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사들을 밥그릇 챙기는 이기적인 집단 혹은 범죄집단처럼 여기는 정부 입장이 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정부 관계자들은 “의료계 집단행동 문화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의사들 사직은) 국민을 겁박하는 것”이라며 강경하다. 또 정부가 말하는 ‘의료개혁’에 의사의 “못된 버릇 고치기”라는 인식이 깔린 건 아닐 것이다.
기형화된 의료전달체계와 부족한 필수 진료과 의사 확보, 지역의료체계 강화 등에 큰 틀에서의 의료개혁에 정부와 의사들 모두 동의한다. 대다수 의사들은 대화를 원한다. 자신이 수술하고 치료하던 환자를 생각하면 하루빨리 사태가 해결되길 바란다. 정부도 의사들에게 근거를 제시하라며, 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환자를 위해 한 걸음씩 물러서서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한다. 정부는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등을 우선 물리고, 의사들은 병원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대화의 시작일 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9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 모두 발언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 효과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현장 의료인, 전문가들과 우리 정부는 충분히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은 충분히 소통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지켜지고, 의료공백 사태가 해결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