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대륙아주가 20일 국내 로펌 최초로 개발한 기술 ‘AI대륙아주’를 서울 역삼동 대회의실 시연회에서 공개했다. 위의 답변은 ‘절도죄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해외 출국을 준비해야 한다. 수사 중 출국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것으로, 이를 지켜보던 변호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변이 맞는 내용이네”라고 평가했다.
대륙아주AI는 누구나 24시간 무료로 법률상담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네이버가 개발한 토종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법률상담 서비스와 차이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픈AI ‘챗GPT’에서는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은어와 약어도 인식할 수 있다.
법률시장에 AI기술을 선도해 국민들의 법률 서비스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개발에 참여한 이재원 넥서스AI 대표는 “완성된 형태라기보다는 시작 단계”라며 “100점 만점에 88점”이라고 말했다.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 변호사도 “AI대륙아주는 변호사가 아니어서 구체적이지 않고 일반적인 수준에 그쳐 미흡할 수는 있어 상담은 변호사와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법률문제 관련 질문을 준비하면 변호사와 수준 높은 상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법률상담 ‘보조’ 수준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질문을 입력할 때마다 대륙아주AI는 답변에 “그러나 사안마다 구체적인 상황이 다르므로 정확한 법률적 판단을 위해서는 변호사와 상담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대륙아주AI의 기술은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지식in’과 비슷했다. ‘집행유예 기간에 다른 범죄를 저질렀는데 집행유예가 취소되고 징역을 가게 될까’라는 질문에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판결이 확정되면 집행유예 선고가 효력을 잃게 된다”며 간단한 답을 내놓았다.
이번에는 선택지를 던졌다. ‘대여금을 받지 못했다. 형사소송을 할까, 민사소송을 할까’라는 질문이었다. 이에 AI는 “돈을 갚지 않는 행위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민사소송으로 대여금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이어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해 대여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채무자의 재산이 없거나 재산을 은닉한 경우에는 대여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채무자의 재산을 파악하고 보전처분을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도 설명했다. AI는 “채무자가 처음부터 돈을 갚지 않을 목적으로 돈을 빌렸다면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는 경찰에 신고해 형사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현장에서 이를 본 변호사들은 “내가 쓴 것보다 낫네”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시연회에서는 ‘저 정도 답변이면 굳이 변호사를 찾지 않겠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이규철 대표는 “AI가 제공하는 답변은 간단한 정보이기 때문에 변호사 시장 수임 질서에 영향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변호사들도 이를 업무의 보조 도구로 사용할 수 있고 일반인들도 AI를 이용해서 편의를 도모하는 측면”이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재원 대표도 “송사에 관련한 것들은 핵심은 증거로 혐의 입증에 대한 증거는 변호사가 따져봐야 하는 것으로 변호사의 일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에서도 AI 서비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대륙아주AI 또는 챗GPT처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식의 ‘생성형AI’는 아니지만, ‘유사사건 서류추천 서비스’로 불리는 ‘지능형AI’는 올해 하반기 구축할 계획이다.
검찰이 AI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사건 수사와 처분의 정확도를 위한 것이다. 갈수록 사건이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어 수사기관은 과거 유사한 사례를 찾고 분석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정한 기준에 따라 사건을 처분하기 위해 AI를 이용하고 과거 사례를 검토해 보다 정확한 처분을 내리기 위한 일환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사례를 누락하거나 실제 판례와 상반된 처분을 내리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관과 검사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정보기술 관련 기획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사건을 찾아 크게 분류하고 그 내용을 제공해 오류를 줄이자는 차원으로 아직 사건을 처분하는 이들의 일자리를 걱정할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다.
전우정 카이스트 교수는 “법률 분야에서의 AI 적용은 단순히 기술적 진보의 문제를 넘어서 정의의 실현과 법률 서비스의 효율성 증대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며 “검찰의 AI 기술 활용은 법적 판단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