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
최근 KDI는 미래세대를 위한 신(新)국민연금을 제시했다. 기존의 것과 분리해 지금부터 납부하는 세대들에게는 낸 만큼 돌려주는 개념으로 보험료율을 15.5%로 징수하고 40% 정도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한다는 안이다. 동시에 현행 연금에 대하여는 일반재정 600조~800조 원을 투입해 기존의 급여체제를 유지시키자는 것이다.
이 제안은 기존 연금에서 DB(확정급여)형으로 사전에 은퇴 후 받게 될 연금을 미리 확정해주는 방식을 신연금에서는 운용성과에 따라 돌려받는 DC(확정기여)형 방식으로 전환시킨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1988년 국민연금 설립 당시 고려하지 못했던, 최근의 급격한 저출산으로 인해 2020년 기준 2.47배에 이르는 과도한 수익비를 감당할 수 없음에 기인한다. 또한 소득하위 70%까지 무상으로 지급하는 공공부조 성격인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급여체제에서 소득재분배를 감안한 하후상박(下厚上薄)형 구조에 따라 발생되는 추가적 재정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KDI의 제안은 어찌보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서 일면 긍정적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분리안은 결국 후세대 세금을 재원으로 충당해야만 하는 막대한 정부재정자금 투입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찬성하기 어렵다. 그 대신 다음과 같은 개혁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우선 논쟁 중인 현행 개혁안에서 좌파학자들이 주장하는 보험료 증가와 급여율 증가책은 가까운 장래에 연금고갈을 가져오고 연금기능의 유지를 어렵게 하는 근시안적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으므로 단호히 배격한다. 이들 주장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국민 세금부담 및 연금을 포함한 사회보험료 부담 증가로 국민경제의 선순환 과정을 파괴시킨다는 측면에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
두 번째로, 현행 기초연금을 전면 수정하고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폐지하는 대신 이 두 가지 부분을 보건복지부의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 지급하는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및 교육급여 항목과 국세청이 실시 중인 근로장려세제(EITC)와 통폐합하여 소득 하위 50% 계층에 소득역비례 형식으로 지급하는 사회보장체계인 이른바 안심소득(성신여대 박기성 교수 제안) 체계로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민연금에서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저소득층을 위해 제공되는 추가적 재정투입을 국민연금 제도와 완벽히 분리함으로써 현행 국민연금 제도하에서도 가입자의 부담분만큼만 운용하여 결과된 투자성과를 온전한 급여형태로 지급하자는 취지다.
세번째로, 설립 초기에 비해 대폭 변경된 저출산 기조 및 자산시장의 환경을 고려하여 미리 연금급여액을 확정하는 DB형 대신 5~10년 주기의 이동평균 운용성과에 기반한 성과급여액을 지급하는 DC형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러한 체계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현행 9%의 연금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6%까지로 확대하여 모든 계층의 소득대체율 수준을 평균 40% 선까지 가능하도록 구조변경을 실시한다.
이 세 번째 대안의 성공을 위해서는 장기적 연금운용성과의 개선이 필수적 요소인데 노르웨이 GPFG, 네덜란드 ABP, 캐나다 CPPIB 등의 선진국 연금운용 기법을 철저히 벤치마킹하여 최근 20년 평균 2%포인트 정도 뒤처진 연평균 연금운용수익률을 선진국 수준인 8.5%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019년부터 운용방식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일본의 후생연금기금(GPIF)을 참조하여 현행 45%에 머물고 있는 주식투자 비중을 75% 수준 이상까지 제고시키고 전체 주식투자에서 차지하는 해외주식투자 부문의 비중도 전 세계 주식 시가총액을 고려하여 80% 수준 이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 장기적 자산운용의 특성상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주식 포트폴리오의 성과가 가장 높다는 것은 이미 수십차례 입증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에 대한 구조 개혁을 즉각적으로 추진할 경우 KDI의 제안과는 달리 정부가 추가적으로 책임져야 할 재정부담이 상대적으로 감축될 수 있으며 공적연금의 주춧돌인 국민연금의 장기안정적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