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업이든 1세대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아이돌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HOT, 젝스키스, 핑클, SES를 1세대 아이돌로 부른다. 이들은 아이돌 산업을 개척했고, 문화를 만들었다. 이후 2,3,4세대 아이돌이 등장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이돌은 K-POP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이처럼 1세대는 한 산업의 선구자이며 개척자다. 처음 도전하는 만큼 실패도 많이 겪어 후발주자에 좋은 답안지가 되기도 한다. 후세대 양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국내 바이오산업도 그렇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바이오기업은 약 1000여 개다. 1992년 국내 1호 바이오벤처인 바이오니아 창업 후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중반 바이오기업이 우후죽순 생기며 국내 바이오산업이 태동했다. 그 사이 수많은 기업이 문을 열고 닫았다. 물론 지금까지도 생존한 기업도 있다.
뚜렷한 매출 없이 오직 신약개발을 위해 돈과 시간을 쏟아야 하는 바이오산업 특성상 수십 년 동안 기업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기업을 운영한 1세대 바이오기업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을까. 가깝게는 마곡, 멀게는 대전에 있는 1세대 바이오기업의 대표 또는 연구 책임자를 만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들이 말하는 공통점은 ‘사람’과 연구에 대한 ‘사명감’이다. 창업 초기 멤버가 회사에 남아 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신규 입사자에겐 동기를 부여했다. 실제 1세대 기업엔 장기 근속자가 많다. 치료제 개발이라는 뚜렷한 목표와 사명감도 1세대 바이오기업이 생존하는데 한몫했다.
코로나19를 전후로 바이오산업이 주목받으며 다시 바이오 붐이 일었다. 이들 중 살아남거나, 그러지 못하는 곳도 있을 것이다. 다만 오랜 기간 생존한 기업은 1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후세대에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1세대 바이오기업의 생존법을 기억하며 앞으로 발전할 국내 바이오산업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