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글씨, 쉬운 용어 등 디테일한 배려에 대만족
고령층에 맞춰 업무별 색깔 유도선
밀착 안내에 안심...화상창구 인기
“다른 곳에 가면 어디로 갈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바닥에 업무에 따라 색깔을 다르게 해놔서 편해요. 자동화기기(ATM) 사용도 너무 어려웠는데 직원이 일일이 알려주니 조금 더 걷더라도 신림점으로 옵니다.” (64세 여성 고객 최모 씨)
27일 오전 방문한 신한은행 신림점 내부는 외양부터 일반 점포와 큰 차이를 보였다. 신한은행이 2021년 은행권 최초로 신림동에 개설한 ‘디지털 맞춤 시니어점포’답게 고령층의 눈높이에 맞췄다는 게 한 눈에도 알 수 있었다.
우선 바닥의 네 가지 색의 컬러 유도선이 눈에 띄었다. 고령자들이 업무별로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구분해 놓은 것. 초록색은 단순업무, 빨간색-예·적금, 노란색-화상상담, 파란색-대출·외환 등이다. 이날 대기 좌석에 앉아 있는 10여 명의 고령자 고객들은 본인 순번이 되면 바닥에 색깔을 따라 창구로 이동했다.
ATM 화면도 고령층이 보기 쉽게 큰 글씨로 쉬운 용어로 돼 있었다. 예를 들어 계좌 이체 대신 ‘돈 보내기’, 출금은 ‘돈 찾기’ 라고 표시돼 있는 것. 점포 내 모든 글씨와 자막이 모두 큼직하고 한자가 아닌 한글로 써 있었다.
번호표 발행기 앞에서 고객을 도와주고 있던 이성훈 로비 매니저는 “지금 아침이라 내방객이 적은 편인데 평소에는 오후에 고령층이 몰려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면서 “80대 이상의 고령층이나 귀가 어두우신 분들은 직원의 안내가 필수적”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최근 노인들을 대상으로 금융사기가 많아지고 있어 이러한 분들은 밀착해서 안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림점의 모토는 ‘단순함’과 ‘편안함’이다. 고령층의 어려워하는 디지털을 이용한 업무도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쉽게 이뤄지다 보니 화상 상담 창구 이용률도 신한은행 내 전국 1위를 기록할 정도다. 일 평균 화상 상담 창구 고객은 20명 수준이다.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화상상담 창구로 안내하며 “화면 안에 사람이 대기하고 있습니다”고 설명한다. 화상상담에 대한 거부감을 느낄 수 있어서다.
화면 속 상담원은 우선적으로 고객의 금융사기에 관한 예방 안내를 한다. 비대면 상담 특성상 보안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 후 상담원의 지시에 따르면 보통 10분 이내에 업무를 마칠 수 있다. 화상상담을 마친 김모(69세)씨는 “처음 한두 번은 어려울 수 있지만 몇 번 써보면 금방 배울 수 있다”며 “노인들도 디지털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 해보면 된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웃었다.
최영미 신한은행 신림동지점장은 “고객특화점포 특성상 고령층이 디지털을 편하게 이용하실 수 있도록 디테일한 부분을 고려했다”며 “디지털에 대해 어르신들이 두려워하는 부분이 있지만 한두 번 직접 하시다 보면 쉽게 적응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시니어 고객들을 위한 특화점포는 다른 시중은행도 존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시니어 특화 점포는 신한은행 (6곳), KB국민은행 (5곳), 우리은행 (3곳), 하나은행 (3곳)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경기도 고양시에 ‘탄현역 출장소’를 새로 리모델링해 시니어 특화점포를 운영 중이다. 시니어 고객을 위해 ‘글로 보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창구 번호 글씨를 키웠다.
우리은행은 서울 동소문로점 등 3개 지점에 ‘시니어 플러스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ATM기기에 팔걸이를 설치하거나 창구 카운터의 높이를 낮춰 이용을 편안하게 바꾼 점이 특징이다.
KB국민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이동 점포 ‘KB 시니어 라운지’를 운영한다. 서울과 인천 등 고령층이 자주 찾는 복지관을 방문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 점포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실버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며 은행에 맡기는 자산 규모도 상당해 이들을 공략하겠다는 금융권의 전략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