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먼지에 온 세상이 붉게 변했다”…‘최악의 황사’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이슈크래커]

▲27일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얼롄하오터의 거리가 황사의 영향으로 뿌옇게 변해 있다. (AFP/연합뉴스)

기상청에 따르면 26일부터 중국 내몽골 지역에서 발원한 황사는 북서풍을 타고 전날(28일) 밤부터 한반도에 유입돼 남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전국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미세먼지 수준은 전국 각지에서 ‘매우 나쁨’까지 치솟았습니다. 인천 청라는 오전 6시 기준 미세먼지 1시간 평균 농도가 무려 698㎍/㎥를 기록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150㎍/㎥를 초과하면 ‘매우 나쁨’ 수준으로 분류되는데, 이 기준치를 훌쩍 뛰어넘은 겁니다.

오전 9시 기준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 449㎍/㎥, 인천 355㎍/㎥, 경기 419㎍/㎥, 강원 372㎍/㎥, 충남 187㎍/㎥, 세종 175㎍/㎥, 충북 192㎍/㎥, 대전 136㎍/㎥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환경부는 이날 오전 황사 유입 영향으로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강원영서, 충남 지역 황사위기경보 단계를 ‘주의’로 격상했습니다. 주의 단계 황사위기경보는 미세먼지(PM10) 1시간 평균 농도가 300㎍/㎥ 이상인 상황이 2시간 지속하면 내려지는데요. 오후 들어서는 대전 동부권역, 충북 북부권에도 황사 위기경보 수준이 ‘주의’로 격상됐습니다.

황사는 남동진하면서 전국을 뒤덮겠는데요. 토요일인 30일에도 전국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단순히 이번에 찾아온 황사가 아닙니다. 황사가 앞으로 더 심해지고,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거죠.

▲26일 내몽골 고원에서 황사가 발원한 가운데, 내몽골 자치구의 한 지역이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다. (출처=웨이보 캡처)

이번 황사는 내몽골고원 부근에서 발원해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유입됐습니다.

황사 발원지 인근 지역 상황을 살펴보면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해 보입니다. 올해 들어 가장 짙은 황사가 덮친 네이멍구에 는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 모래 폭풍이 발생했는데요. 하늘은 온통 주황빛이고, 바깥에 한 번 다녀오면 온몸에 모래 먼지가 쌓입니다. 모래바람으로 가시거리는 50ｍ도 채 되지 않습니다. 시야 확보가 안 되다 보니 자동차들도 거북이 운행에 나섰고, 학교도 임시 휴교에 돌입했으며 상가는 개점휴업 상태로 황사가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황사는 초속 약 30ｍ의 강풍을 타고 베이징까지 덮쳤습니다. 어제 오전 한때 베이징의 미세먼지 농도도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의 20배를 훌쩍 넘는 1000㎍/㎥까지 치솟았는데요.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흙냄새가 느껴졌다는 전언입니다.

중국 국가기상센터(NMC)는 28일까지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 네이멍구자치구 등에 ‘황색경보’를 발령했습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깝습니다. 중국 내륙에서 황사가 불면 통상 하루쯤 뒤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내몽골고원발 황사가 닥치면서 올 봄 최악의 미세먼지 농도를 보인 29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이날 오전 황사유입 영향으로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남의 황사위기경보 단계를 ‘주의’로 격상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수도권·강원권·충남·경북은 ‘매우나쁨’, 대전·세종·충북·호남권·부산·대구·울산·경남·제주권은 ‘나쁨’ 수준을 보이겠으며, 이들 지역 PM-10 미세먼지 농도는 오후에 일시적으로 ‘매우 나쁨’ 수준일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가장 큰 우려는 우리나라에도 황사가 점차 자주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겁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YTN ‘뉴스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들어 오늘까지 황사가 세 번째 발생했다”며 “통계로 보면 보통 봄철 황사 일수가 한 5.4일 정도 된다. 그런데 올해는 벌써 3일째 발생했고 내일, 모레까지 이어진다면 5일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황사의 영향은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가 그친 뒤 30일부터 찬 북풍이 불면서 하강 기류가 형성되면 다시 황사가 찾아올 수 있는데요. 황사 발원지의 추가 발원량과 기류 흐름에 따라 황사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최소 이번 주말까지는 대기질 수준이 ‘나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건데요. 기상청 관계자는 28일 정례 예보 브리핑을 열고 “이번 황사는 30일까지 강약을 반복하며 전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내몽골고원, 고비사막 일대는 봄철이면 저기압 영향권에 놓여 대기가 불안정해지곤 합니다. 이때 바람이 강하게 불면 황사가 발생하는데, 이들 지역의 최근 기온은 평년보다 높습니다. 여기에 눈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강수량도 매우 적어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죠. 대규모 황사가 발생하기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인데요. 황사가 발원한 후 이번처럼 북서풍이 분다면 한반도로 황사가 평년보다 많이 유입될 수 있는 겁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심화하는 지구온난화로 중국의 사막화 지역은 빠르게 넓어지고 있는데요. 발원지 부근에 저기압이 자주 통과하면서 모래 먼지를 끌어 올리고, 북서풍이 부는 기압배치가 자주 만들어지면서 황사 공습이 잦아질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제실로 지난해 중국 내몽골 등지, 만주에서 발생한 황사의 영향으로 서울의 지난해 봄철 황사 일수는 무려 15일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황사에 포함돼 있는 중금속 농도까지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 황사의 발원지로 지목되는 중국이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황사 속에 포함된 규소, 납, 카드뮴, 니켈, 크롬 등의 중금속 농도가 증가하면서 유해성은 더욱 커진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오늘도 전국 곳곳에 황사비가 내리면서 우려를 샀습니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황사와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대기질이 나쁜 가운데 2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황사가 불어닥치면서 주말 열리는 봄꽃 축제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 축제인 ‘여의도 봄꽃축제’는 29일 개막했는데요. 안 그래도 도통 피지 않는 꽃에 주최 측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황사까지 유입되면서 축제 진행은 난항을 거듭할 전망이죠.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황사의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국민께서는 ‘황사 발생 대비 국민행동 요령’에 따라 야외 활동은 최대한 자제해 주시고, 개인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당부했습니다.

지침에 따르면 일반 가정에선 황사가 오기 전 창문 등을 점검하고 외출 시 황사에 노출되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소매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별인 줄 알았던 KF94나 KF80 등 보건용 마스크나 보호용 안경을 착용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황사가 발생했을 땐 창문을 닫고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되, 어쩔 수 없이 나갔다가 들어왔다면 손과 눈, 코를 미지근한 물로 깨끗이 씻어 2차 오염을 방지해야 하는데요. 몸속 수분이 부족해지면 코와 입 등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미세먼지를 거르는 미세 섬모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황사에 묻어 체내에 들어온 중금속의 혈중 농도를 낮추고 소변으로 잘 배출하기 위해서라도 물을 충분히 마셔야겠습니다. 황사에 노출된 채소, 과일 등 농·수산물은 충분히 세척한 후에 섭취해야 하죠. 노약자나 호흡기 질환자의 경우 실외활동을 자제하는 걸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