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화점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며 와인 애호가를 잡기 위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코로나 19 기간 동안 폭발적이던 와인의 인기가 다소 꺾였지만, 프리미엄을 넘어 파인 와인을 통해 재테크까지 넘보는 이들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4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세계적인 와인 마스터 ‘지니 조 리’와 손잡고 전 세계 상위 5% 초프리미엄 ‘파인 와인(fine wine)’ 콘텐츠를 선보였다. 지니 조 리는 와인 분야 최고 수준의 자격증으로 꼽히는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을 2008년 아시아계 최초로 획득한 전문가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니 조 리와 협업에 나선 것은 최근 프리미엄 와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 와인 중 프리미엄급으로 분류되는 20만 원 이상 와인의 경우 지난해보다 20% 가량 매출이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부르고뉴 와인 전문숍 ‘버건디앤(&)’에서는 20만 원 이상 와인은 15%, 50만 원 이상의 와인은 18%, 100만 원대 초고가 와인은 50% 이상 지난해보다 매출이 늘어나는 등 프리미엄 와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파인 와인’은 시간이 지나면 가치는 더욱 오르는 탓에 높은 품질의 맛을 즐기려는 목적 외에도 재테크 수단이 되기도 한다. 최고급 품질을 자랑하는 파인 와인은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생산량이 1만 병도 되지 않아 ‘도멘 조르주 루미에(Domaine Georges Roumier)’ 같은 파인 와인은 시간이 지나며 8년 새 5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이런 탓에 파인 와인은 구매력이 높은 VIP 고객의 비중이 특히 높다.
신세계백화점은 향후 지니 조 리 마스터와 신세계 와인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 세계 희귀 와인 및 프리미엄 와인을 선별해 소개할 계획이다. 올 6월 강남점에 새로운 프리미엄 와인 매장도 오픈을 앞두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고가의 프리미엄 와인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구매자는 구매력이 높은 VIP 고객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프리미엄 와인 강화는 VIP 고객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가 프리미엄 와인 마케팅을 위해 시음회를 열거나 다이닝 행사도 펼치고 있다”고 부연했다.
롯데백화점도 글로벌 와이너리 ‘비냐 콘차이토로’와 손잡고 프리미엄 와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콘차이토로와 협업해 미주 대륙 프리미엄 와인 9종을 엄선한 ‘주얼 오브 더 뉴월드(Jewel of the New World)’를 선보인다. 싱가포르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출시되는 컬렉션으로 국내에서는 롯데백화점이 단독으로 판매한다.
지난달 진행한 ‘와인 앤 스피리츠 위크(Wine & Spirits Week)’ 행사에서는 ‘비냐 콘차이토로의 시그니처 와인 3종을 선보였다. 와인 3종은 연간 150병 소량 생산해 희귀성이 높은 ‘알레아 피나 카베르네 쇼비뇽’, 균일한 밸런스가 강점인 ‘아멜리아 샤르도네’, 검붉은 색상과 묵직한 바디감이 특징인 ‘더 마스터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특히 이번 와인 행사는 롯데백화점 경민석 소믈리에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 최초 론칭 행사에 직접 참석해 콘차이토로 그룹 측과 10여 차례 협의 끝에 국내 단독 출시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백화점은 향후 콘차이토로의 10년 이상 숙성 올드 빈티지 와인을 연내 단독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도 프랑스 보르도 페트뤼스를 비롯한 5대 샤토 버티컬 컬렉션부터 디켐, 크리스탈 버티컬 컬렉션 외에도 이탈리아 슈퍼투스칸 와인 등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와인들을 판매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와인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2년 제1회 한국와인소믈리에 대회 우승자인 국가대표 노태정 소믈리에를 영입하기도 했다.
VIP 고객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현대백화점은 VIP 전용 온라인 채널 RSVP를 통해 지속적으로 단독 프리미엄 와인 상품 라인업을 별도로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