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석 민주당 후보 “편법대출, 국민 눈높이 맞지 않았다” 사과
한동훈 비대위원장 “돈 못받은 소상공인 피해…사기대출” 비판
법조계 “양 후보, 새마을금고 배임 땐 문제 안돼…사기 적용시 문제”
3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역 사거리에서 만난 신모(60)씨는 4.10 총선 안산갑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백중세’를 점쳤다. 상록수역 앞에서 20년간 칼국수집을 운영해온 그는 “손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지지세가) 반반이다. 정부가 물가 문제도 있고 해서 심판 여론이 있지만 민주당도 대표 발언 등으로 좀 그렇다고들 한다”며 “(양 후보) 딸 편법 대출 문제는 그러면 안된다. 청년들이 지금 살기 얼마나 힘드냐”고 말했다.
‘딸 편법대출’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에 대해 여당이 연일 맹공에 나서면서 안산갑 유권자들의 민심에 균열이 일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안산갑은 줄곧 민주당계가 의석을 차지해오는 등 ‘진보 우세’가 상수였다.
이날 만난 유권자들은 공통적으로 지지율이 높았던 ‘전해철 의원의 공백’과 양문석 후보의 ‘딸 편법대출’ 논란을 변수로 꼽았다. 편법대출 논란과 관련, 법조계에선 새마을금고의 적극적인 제안이 있었는지에 따라 양문석 후보의 처벌 여부가 달라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선거구 변화가 있긴 했지만, 안산갑은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당선을 제외하면 쭉 민주당계 정당이 우세한 '텃밭'으로 분류됐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하고 현재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장성민 국민의힘 후보는 16대 국회의원을 역임,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 미래전략기획관으로 활동한 바 있다.
양문석 후보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는 137.10㎡ 규모의 아파트를 구매하면서 당시 20대 대학생이었던 딸 명의로 대출금 11억 원을 동원했다는 논란이 일자 전날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사과했다. 다만 ‘사기대출이 아니다’라며 불법은 아니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여당은 저격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진행한 지원유세를 통해 “사업자금이었다. 사업자들, 상공인들이 써야할 돈이다. 피해는 국민이 다 본 것이고 그 돈 못받아간 소상공인들이 피해자”라며 “가짜 서류 만들어서 가짜 등기 붙여서 그게 아니면 못 받아갈 대출 받아가면 그게 사기대출이다. 양문석씨는 한동훈을 고소하라”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 반월동역 앞에서 만난 진모(67)씨는 민주당계 지지가 우세한 안산갑에서 양 후보의 편법 대출 이슈 등으로 여야의 총선 지지율이 비슷할 거란 의견을 내놨다. 반월동에서 생선·야채 가게를 운영 중인 그는 “딸 편법대출은 좀 잘못됐다. 그 양반이 국회의원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해철씨가 왔으면 선거 안해도 됐지만 이번엔 다르다. 그래도 여기는 원래 야권이 세서 모른다. 50대 50”이라며 “그런데 장성민 후보도 오리지널 민주당 출신이라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오동에서 40년간 과일가게를 운영해온 이모(68)씨는 “주변에서 50대 50이라고들 한다. 전해철이 없는데, 물가도 문제고 윤석열 대통령이 너무 고집이 세다”며 “편법대출 문제로 국민의힘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정치적 효능감이 떨어진 데다 정치인들의 거친 발언으로 피로감이 겹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사동에서 10년간 택시 운전을 해온 이모(66)씨는 “전해철이 떨어져서 이번에는 잘 모르겠다. 당에서 자른거나 마찬가지 아니냐”라며 “원래 민주당을 지지했는데 이번에는 둘 다 마음에 안든다. 이재명 대표나 윤석열 대통령이나 다 문제”라고 꼬집었다.
안산에 거주 중인 자영업자 안모(60)씨는 “선거도 매번 했는데 이제 좀 그렇다. 공약은 당선되는 날부터 끝이다. 활동이란 개념을 내가 모르는건지 그냥 흐지부지하다”라며 “제 생각엔 진짜 50대 50이다. 여기는 민주당이 센 지역이라 그래도 약간 민주당으로 쏠리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고 밝혔다.
한편, 양 후보의 ‘편법대출’ 이슈와 관련, 법조계에선 아직 입증의 문제가 있고 법원의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섣부른 판단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후 새마을금고가 대출을 먼저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는지, 아니면 양 후보가 서류를 꾸며 다른 목적으로 대출을 받으려는 고의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거란 설명이다. 전자의 경우 새마을금고, 후자는 양 후보의 법률 위반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불법 여부를 떠나 도덕성 문제는 남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후보가 실질적으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사기에 걸려 대법원 판정이 확정된다면 거취 등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아직 한참 뒤의 일”이라고 전했다.
다른 법무법인 변호사는 “판례상 새마을금고가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받아 불법 대출이라고 판명이 난 상황에서도 손해가 발생하는지 여부가 업무상 배임의 구성 요건”이라며 “수익자인 양 후보가 돈을 갚지 못할 경우에만 공동 처벌을 받게 될 것인 만큼 후보가 돈을 갚게 되면 문제가 안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