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아직 저평가되어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사모 시장까지 확산해 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1일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가(LP)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을 통해 "한국 기업 투자는 글로벌 동종 피어(비교)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 25% 할인된 가격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투자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공동투자금을 포함해 36억 달러(약 4조7000억 원)를 투자로 집행했다. 이는 앞서 2021년, 2022년의 투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 사모펀드(PE) 투자 회수 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에서도, MBK 파트너스는 4억 달러(5398억 원) 이상 투자금을 회수했다.
바이아웃(Buyout Fund) 펀드 포트폴리오 투자사들의 기업 가치는 37억5000만 달러(약 5조587억 원), 스페셜 시튜에이션스(Special Situations) 투자사들의 기업가치는 미화 2억9500만 달러(약 3979억 원)씩 상승했다.
한국과 일본이 지난해 아시아 인수·합병(M&A) 시장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한국은 겉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시장"이라며 "정책적 지원이 저희 MBK 파트너스와 같은 현지 운용사들이 시장 리더십을 갖출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고 했다.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도 PE 시장이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MBK 파트너스는 작년 한 해 동안 8개의 대기업 그룹과 9개의 딜을 진행했다. 재벌기업이 보유한 비핵심 자산의 전략적 매각이나 유동성 수요 차원에서 일관되게 다수의 딜을 생성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딜 소싱의 다양화를 사모펀드 시장의 성숙도에 환영할만한 징후라고 했다. 국내 1위 임플란트업체 오스템임플란트와 구강스캐너 제조사인 메디트가 대표적이다. 그는 "설립자의 승계 사안으로 사이즈가 크지만 비재벌인 기업의 매각 건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인수합병 시장에서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일본 PE 시장의 활황에 대해서는 예상했던 흐름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MBK파트너스 설립 때부터 일본 시장에 대해 말씀드렸다. 일본은 전 세계 3위 규모의 경제, 투명한 규제 체계와 신뢰할만한 금융 공시 기준이 존재하며, 무엇보다도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인수금융을 확보할 수 있는 ‘대출자’들의 천국"이라고 짚었다.
다만 중국 시장이 곧 다시 부상할 수 있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는 "지난해 많은 GP 운용사들이 중국 시장의 변동성으로 인해 중국의 비중을 줄였지만, 중국이 시장을 주도했던 챕터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시장이 대내외적 요인으로 주춤한 것은 맞지만, ‘성장통’의 시기일 뿐"이라며 "중국은 10억 명의 소비자층이라는 너무나 큰 경제권을 가지고 있고, 민간 시장은 성장을 다시 주도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너무나 중요해졌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중국이 전례가 없는 일을 시도해온 국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