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서 이번에는 꼭 되세요” “그래도 여기 뿌리는 민주당이지”
서울 동작갑은 2000년대 들어서 5번 연속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이지만, 최근 치러진 2021년 재보궐선거,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줬다. 지선에서는 구청장부터 서울시의원, 구의원 후보 전원이 국민의힘 출신이 당선됐다.
“끝까지 생각해보다가 찍을래요” 2일 동작갑 지역구의 유일한 전통시장인 ‘성대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4·10 총선을 앞두고 ‘기저에 자리한 텃밭 민심’과 ‘새로운 정책·인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이러한 민심을 알아차린 듯 이날 국민의힘 장진영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후보 모두 성대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의힘 장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성대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장진영입니다”, “함께 해주십시오”라며 허리 숙여 인사했다. 시장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장 후보를 알아보고서 먼저 달려와 악수를 청했다.
등산복을 입은 남성은 “이번엔 꼭 돼야 합니다”라면서 오른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바로 옆을 지나가던 중년 여성도 “올해는 꼭 되실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장 후보는 동작에서 3번 선거를 치렀던 ‘중고 신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출마한 장 후보를 향해 시민들이 먼저 인사를 건넨 것이다.
서울 동작구의 오래된 공립학교인 강남초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지역 토박이’ 조 모씨(70대, 여성)는 “왜 (시장에) 안 나오나 했다”며 장 후보의 손을 부여잡았다. 조 씨는 본지에 “김병기 의원은 지역에서 얼굴도 잘 안 보인다”며 “작년에 수해 났을 때는 낯짝도 못 봤다. 새로운 사람을 찍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최 모씨(50대, 남성)도 “장진영 후보는 시장에 많이 다녔다. 작년에 수해가 났을 때도 많이 도와줬다”며 “그런데 김병기 후보는 딱히 말이 없었어서 서운한 감이 있다”고 했다.
장 후보의 지역 공약을 높이 사는 시민들도 있었다. 시장에서 정육점을 하는 김 모씨(38세, 남성)는 “민주당 후보 찍어줬는데, 달라진 게 잘 안 보였다. 저같이 젊은 사람은 당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결정한다”면서 “장 후보는 신대방삼거리역에 에스컬레이터도 설치해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장 후보는 신대방1동 세부 공약으로 신대방역 3번 출구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농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윤 모씨(61세, 남성)는 “우리 농산물 참 좋은데, 여기에 대한 정책 좀 내줬으면 좋겠다”면서 “장 후보는 최소한 농산물에 관심이라도 가지니까. 정책론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3시 30분경에는 민주당 김 후보가 성대시장 입구에 도착했다. 김 후보는 유세 차량에 올라서서 “안타깝게도 지난 2년 동안 윤석열 정권이 들어온 다음에 나라가 많이 망가졌다. 물가가 폭등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나라가 엉망이 되고, 경제가 엉망이 되면 그 영향을 제일 처음에 받는 건 소시민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 소시민들의 삶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 이번에 투표를 잘하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로부터 20분 후 김 후보의 유세를 지원하기 위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등장했다. 박 전 원장은 양팔을 위로 높게 들어 올려 “김병기 파이팅”을 외쳤다. 김 후보는 “정말 반갑습니다. 영광입니다. 큰형님”이라며 반갑게 맞았다. 성대약국 앞 사거리에는 30여 명의 시민이 몰려들었고, 박수와 함성이 가득했다.
박 전 원장은 “제가 대한민국에서 윤석열, 김건희, 김병기 다음으로 네 번째로 유명한 김대중 대통령 전 비서실장 박지원”이라며 “4월 10일 김병기를 꼭 당선시키자”고 했다. 박 전 원장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정권을) 심판 할 수 있는 것은 이곳에서 김병기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라며 “민주당 후보들 많이 당선돼서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서 총선 승리하고 정권교체 하자”고 소리쳤다. 시민들은 “박지원”을 외치며 손뼉을 쳤다.
“그래도 민주당”이라는 텃밭 표심은 상당했다. 요구르트 장사를 하는 김 모씨(60대, 여성)은 “여기가 아무리 국민의힘 출신 구청장이 나왔어도 기본적으로 민주당 텃밭”이라고 말했다. 동작갑은 호남세가 강한 동네다. 성대시장의 경우 상인의 약 70%가 호남 출신이라고 한다. 속옷 가게를 운영하는 전라도 출신 민 모씨(60대 후반, 여성)는 “이재명 대표가 공천 파동 일으킬 때는 미웠는데, 그래도 뿌리는 민주당이다”라면서 “(민주당이)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작에서 오래 살았다고 밝힌 구 모씨(31세, 직장인)도 “이곳은 전병헌 후보가 워낙 오래 해서 지지 세력이 있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정책도 마음에 안 들고 행보도 마음에 안 든다. 국민의힘 찍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1일 발표된 여론조사꽃의 조사 결과 민주당 김병기 후보 41.4%, 국민의힘 장진영 후보가 31.5%로 나타났다. 두 후보 격차는 9.9%p로 오차범위 밖에서 김 후보가 우세했다. 새로운미래 전병헌 후보는 4.8%를 받았다.
뒤이어 새로운미래 전병헌 후보가 4.8%의 지지를 얻었다. '투표할 인물 없다' 14.1%, '잘 모름' 8.1%였다.
이번 조사는 3월 26~27일 양일간 서울 동작구갑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5명을 대상으로 한 3자 가상대결 조사 결과다.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이며, 응답률 18.8%다.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인구 기준 가중치를 부여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야 기세가 팽팽한 탓에 일부 시민들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과일가게를 하는 조 모씨(70세, 여성)는 “투표는 할 건데, 아직 모르겠다. 그때 가서 봐야겠다”고 말했다. 시장에 두부를 사러 왔다는 이 모씨(33세, 여성)는 “솔직히 두 후보 다 싫기도 하고, 사표는 만들기 싫다”며 “아직 일주일 정도 시간이 남았으니까 좀 더 고민해보려고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