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시인이 제26회 '천상병시문학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이다.
3일 천상병시상 심사위원회는 "황인찬의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는 '은유를 쓰지 않는 시'라는 고유의 시작법으로 일상적 제재를 단순하고 반복적이되 독특한 내적 형식을 획득한 탈서정시의 경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이어 "포스트 휴먼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소수자의 사랑을 지키려는 시인의 태도에서 '우리의 시대는 다르다'고 선언한 시인의 전언에 수긍하게 된다"라며 "2010년에 데뷔한 황인찬의 시는 우리를 둘러싼 이미지와 감각의 배치를 바꾸는 작업을 수행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황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삶을 견딜 수 없어 문학을 시작했다. 시가 전해주는 아름다움이 삶의 비루함을 가려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라며 "그러나 시란 아픔을 가리는 일이 전부가 아님을 문학을 하며 겨우 알았다"고 전했다.
이어 "문학이 삶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천상병 시인의 시에서 배웠다. 문학을 하는 일이란 끊임없는 회의와 의심 속에 자신을 던져넣는 일이지만, 동시에 그 회의와 의심을 딛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기도 하다는 사실 또한 천상병 시인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상병 시인의 뜻을 잇기 위해 노력하신 많은 관계자분께, 그리고 저의 시를 응원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천상병 시인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시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황 시인은 1988년 경기 안양에서 태어났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2010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등을 썼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등을 받았다.
시상식은 27일(토) 오후 2시 천상병공원에서 개최된다.
그러나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군
애당초 마음도 없지만
눈을 뜨니 토끼풀 하나가 자신이 토끼인 줄 알고 머리를 긁고 있었네
좋아,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시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