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노조 “늘봄 강사 43%, 희망 안했지만 강사 맡아”
초등학교에서 정규 수업시간 전후로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시행 한 달만에 약 100곳이 더 늘어 전국 2838개교에서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 학생도 13만6000명으로 늘었다. 늘봄학교 참여 학교와 학생이 크게 늘어난 것인데 교원단체 등 일부에서는 “질적 제고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오후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늘봄학교 참여 현황 브리핑에 나서 “2838개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중 약 74%인 14만 명이 늘봄학교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선생님들의 늘봄학교 행정업무 부담 해소를 위한 전담인력 지원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 늘봄학교는 전체 초등학교 6175개교(2023년 기준)의 44.4% 수준인 2741개교에서 첫발을 뗐다. 한 달이 지난 현재는 충남, 전북, 경북에서 약 100곳이 더 참여해 총 2838곳에서 늘봄학교를 운영 중이다.
늘봄학교 참여 학교가 늘면서 학생도 한 달만에 1만4000명이 늘었다. 현재 늘봄학교에 참여 중인 2838개교의 초1 학생 중 74.3%인 13만6000명이 늘봄학교를 이용 중이다. 초1 학생 참여율이 67.1%에서 74.3%까지 늘어난 것이다.
이날 정부는 늘봄학교 프로그램 강사는 1만7197명으로 한달 전 1만900명보다 57.8% 가량 늘어났으며, 이중 18.7%는 희망 교원이라고 밝혔다. 또 늘봄학교 한 곳당 배치된 평균 행정 전담인력 수는 1.3명이라고 했다.
이 같은 정부의 발표와 달리 교원단체들은 현장에서는 여전히 늘봄학교와 관련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교육부는 마치 늘봄학교로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이는 기존 돌봄과 방과후학교를 합친 수치를 이름만 바꿔 발표한 것”이라며 “정부는 프로그램 강사 인원이 증가한 것을 성과로 내세우지만, 오히려 강사 중 기존 교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늘었을 뿐 아니라 지역별 편차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발표에서도 지역별 편차 해소, 안정적 강사 확보 대책은 담기지 않고 단순 인원수 증가만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어 향후 강사 확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1학기 늘봄학교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구, 울산, 광주, 충남, 전북 등 지역에서는 늘봄학교 강사가 100% 외부 강사로만 구성됐지만, 경기와 서울 지역에서는 교사가 강사로 투입된 비율이 각각 42%, 30%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전교조는 지난달 18일 이후 현장 교사들로부터 접수 받은 파행 사례도 공개했다. 수도권 모 초등학교에서는 늘봄교사가 구해지지 않아 채용에 어려움을 겪은 끝에 관련 업무 경력이 없는 인력을 채용해 기존 교원이 일부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남권 모 초등학교에서는 늘봄 강사가 구해지지 않아 1학년 교사에게 강사를 맡으라고 권유한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목소리에 대해 김천홍 교육부 교육복지돌봄지원국장은 브리핑에서 “교사들의 프로그램 참여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외부 강사가 원칙이고, 교사가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 참여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도의 경우 교사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부분이 있다. 다만 권장이 강제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참여하는 교사가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 참여하도록 하고 있고 충분한 보상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초등교사노동조합도 지난달 13~23일 1747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늘봄학교 교육부 간담회를 위한 사전 설문조사’ 실시 결과를 밝히며 “늘봄학교 업무 담당자가 민원 처리를 하는 비율은 53%, 담임교사가 관련 민원을 처리한다는 응답은 18%였다”고 했다.
이어 “강사들 중 43%는 특별히 희망하지 않았음에도 강사 역할을 맡게 됐다. 참여 동기는 관리자의 협조 요청이 43%로 가장 컸다”면서 “교육부가 현장 목소리를 더욱 세심하게 듣고 교원의 업무 부담을 줄여 효과적 교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