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1000만 고객 넘어서면서 빠르게 확장
금리 경쟁력, AIㆍ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 앞세워 고객혜택 확대
1월 최우형 신임 행장 취임...연내 IPO재추진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두려움과 기대감이 공존했다. 2017년 4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했다. 평화은행 이후 무려 25년 만에 등장한 은행이었다. 하지만 케이뱅크를 보는 시선은 복잡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주도로 만들어진 디지털 은행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동시에 세상에 없던 최초의 인터넷은행은 위협적인 경쟁자였다.
치열한 경쟁은 혁신을 예고했다.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케이뱅크는 1년 반 동안의 어렵고 힘든 산고 끝에 태어난 옥동자”라며 탄생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은행권에 불러온 후폭풍은 생각보다 더 거셌다. 가격 메리트, 이용 편의성 등 금융시장 전반의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한 1호 케이뱅크의 성과로 인해 현재 인터넷은행 시장은 제4의 플레이어 참여까지 앞두고 있다. 올해 목표로 하고 있는 기업공개(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현재보다 몸집도 2배 가까이 커질 것이란 게 시장의 관측이다.
지난달 기준 케이뱅크의 고객은 1033만 명이다. 지난 2월 출범 7년 만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2021년 말 717만 명, 2022년 말 820만 명에서 지난해 말 953만 명까지 늘어나더니 1000만 명을 가뿐히 넘겼다. 특히 올해 들어 일 평균 신규가입 속도가 지난해 보다 3배가 빠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1000만 고객의 의미는 크다. 점포가 없는 인터넷은행에게 고객 수는 곧 수익을 의미한다. 애플리케이션(앱) 안에서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통해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고개 유치를 위해 과감한 금리 전략을 내세웠다. 시중은행은 시도할 수 없는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출시한 것은 적중했다. 지난 2월 1일부터 신규 고객 선착순 1만 명 대상으로 2주간 실시 예정이였던 ‘코드K 자유적금’ 특판은 ‘오픈런’ 열풍을 일으키며 하루 만에 마감됐다. 시간당 400여 명의 신규 고객이 가입한 셈이다. 6개월 만기 연 10% 금리에 고객들이 몰릴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전체 은행권에서 내놓은 한정판 상품 중 금리가 가장 높았다.
경쟁력 있는 금리는 고객 혜택으로 이어졌다. 2020년 8월 출시한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의 경우 약 1만2000명의 고객이 이자 총 166억 원을 덜었다. 1인당 연평균 이자 절감액은 140만 원으로 매년 아이폰 한 대를 무료로 받은 격이다.
점포없는 1호 디지털 은행 케이뱅크는 빅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신용평가, 인공지능(AI) 등 압도적인 디지털기술로 금융권의 ‘혁신’을 가져왔다.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통장묶기 즉시해제 제도’가 대표적이다. 보통 계좌 지급정지 해제에 두 달이 걸리는 데 케이뱅크는 바로 계좌 지급정지를 풀어준다. AI, 빅데이터로 금융거래 패턴을 분석해 억울한 사례라고 판단하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AI 기술은 금융사기도 예방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0월 AI 기술을 활용해 신분증 인식 기술을 고도화해 신분증 인식 속도와 인식률을 크게 끌어올렸다. 신분증 촬영 단계에서 위·변조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술을 도입했고, 도입 4개월 만에 약 30만 건의 신분증 사본을 탐지해냈다.
연내 추진 중인 IPO는 케이뱅크 성장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1월 새롭게 수장이 된 최우형 은행장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케이뱅크는 최 행장 취임 후인 1월18일 이사회를 열고 연내 IPO를 추진하기로 결의한 상태다. 지난해 2월 IPO를 중단한 지 약 1년 만의 재도전이다. 케이뱅크는 예비심사 통과 효력이 만료돼 다시 상장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케이뱅크는 2022년 9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으나, 지난해 2월 돌연 상장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최 행장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고객을 향해 또 한번 도약하는 기회로 IPO를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