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이 할 수 있는 예술…크리에이터들에게 깊은 영감"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 백남준을 조명하는 영화ㆍ전시 등이 화제다. 그의 예술적 발자취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비롯해 학고재 갤러리 등 여러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백남준 전시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4일 영화ㆍ미술계에 따르면, 백남준의 인생과 예술을 담은 영화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지난해 12월 개봉 이후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백남준의 예술적 이력은 물론, 비디오 아트 분야를 개척한 업적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영화는 2023년 가디언 선정 올해 최고의 영화로 선정됐다. 제39회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영화제 관계자는 "백남준은 말 그대로 미친 삶을 살았다"라며 "가장 현대적인 예술가의 일대기 담은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평했다.
그의 작품은 '관습으로부터의 탈주'로 요약할 수 있다. 영화에서 그는 "제 피아노 보실래요?"라고 말하며 피아노를 망가뜨린다. 속옷과 달걀 껍질 등으로 장식한 '이상한 피아노' 앞에서 사람들은 피아노의 물질적 가치와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이처럼 백남준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을 끊임없이 재정의하며 자신만의 예술적 언어를 창조한다.
영화를 연출한 한국계 미국인 어맨다 킴 감독은 "백남준을 단순히 비디오 아티스트로서 정의할 수 없다. 그는 언제나 패턴을 읽었고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있었다"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이 영화는 '미나리', '성난 사람들' 등을 통해 사랑받은 배우 스티븐 연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백남준의 글을 직접 읽는 해설자로 참여해 특별함을 더한다.
영화뿐만 아니라 백남준 전시도 화제다. 지난달 13일부터 시작된 학고재 갤러리의 '함(咸): Sentient Beings'에는 'W3'(1994), '인터넷 드웰러: mpbdcg.ten.sspv'(1994), '구-일렉트로닉 포인트'(1990) 등과 같은 백남준의 대표작이 전시돼 있다.
특히 'W3'는 백남준이 말년에 즐겨 읽은 '주역'에서 영감을 받은 거로 알려져 있다. 64개의 TV 모니터로 구성된 이 작품은 '주역'의 64괘를 뜻한다. 동시에 64개의 모니터는 64비트를 상징하기도 한다.
또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백남준의 위성 3부작의 시작을 알렸던 작품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 40주년 기념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가 진행 중이다.
과천시민회관 갤러리마루ㆍ아라에서는 16일부터 기획전시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 백남준 판화전'을 선보인다.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 설치 작업 등 의미 있는 작품들을 판화로 남긴 백남준의 판화 및 드로잉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다.
전시 관계자는 "미래의 인터넷과 유튜브 세상을 예견한 듯한 느낌이 백남준의 작품에 있다는 게 참 신기하고 흥미롭다"라며 "특히 유튜브를 통해 모두가 자신의 플랫폼을 갖고 있다. 백남준의 작품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예술이 무엇인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동시대 크리에이터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