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성장세 꺾인 카드사 車할부금융…부실위험에 당국 규제까지

입력 2024-04-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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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카드사 자동차할부금융 자산 10년 만에 10조 원대 아래로
고금리에 자금조달비용 폭등…내수시장 위축도 영향
향후 당국 규제까지 겹치며 수익성 담보 위태

카드사들의 효자노릇을 해왔던 자동차할부금융의 성장세가 10년 만에 꺾였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자금조달비용 상승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올해 자동차 내수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이 편법대출 등 부실 우려가 제기된 자동차 금융시장에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수익원 발굴이 시급한 카드업계의 고심도 한층 깊어진 모습이다.

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자동차할부금융을 취급하고 있는 6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관련 자산은 지난해 9조6387억 원으로 전년(10조6909억 원) 대비 9.8% 쪼그라들었다. 자동차할부금융 자산은 2013년 이후 지속 성장해왔지만 10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자동차할부금융업은 캐피털사 자산의 15~3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주요 먹거리다. 그러나 최근 카드 가맹점수수료 인하 여파로 본업인 신용판매 부분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카드사들이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시장 판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동차할부금융 금리는 카드사가 더 낮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디 올 뉴 그랜저(신차)를 현금구매비율 10%, 60개월로 할부했을 경우 6개 카드사 평균 금리는 하단이 연 5.1~6.9% 수준이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주요 캐피털사(현대·KB·롯데·하나·농협·BNK)의 평균금리는 연 5.6~7.0%로 카드사보다 높다. 카드사의 자동차할부금융 자산이 빠르게 늘어난 이유다.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규제를 받지 않는 것도 카드업계가 빠르게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카드사를 통해 60개월 장기 할부 결제를 하는 것은 대출로 분류되지 않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카드사 회원의 한시적인 이용한도 증액과 특별한도 부여를 통해 고객을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카드사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은 위축되기 시작했다. 고금리 여파로 과거 2%대 초반이었던 여전채 금리가 지난해 말 5%에 육박하면서 조달비용도 급격히 오른 영향이다. 경기 침체 우려로 자동차 수요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 1·4분기 국내 신차 판매량(승용·상용차 합산)은 40만1322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5만2539대)와 비교해 11.3% 감소한 것이다.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줄어들었다.

연체율 상승으로 건전성 관리 강화를 해야 된다는 점도 할부금융 강화에 소극적이 될 수는 배경이 됐다. 자동차 할부금융은 장기간에 걸쳐 상환이 이뤄지는 상품인 만큼 고금리 상황에서 연체 발생 우려가 큰 상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과거처럼 공격으로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에 나서기 어렵다”며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가 최우선인 만큼 무분별한 이용한도 증액과 특별한도 부여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드 할부로 차량을 구매하는 것이 DSR 규제에 포함되지 않아 편법대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금융당국이 규제를 검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규제 여부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으나 현재 상황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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