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ㆍ증권ㆍ저축은행 등 2금융권 부동산 대체 투자 전수조사 착수
부동산 투자 기한이익상실(EOD) 3개월 새 1조 원 늘어 부실위험↑
금융당국이 300억 원 이상 규모의 금융회사 대체투자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에 나섰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자산 부실화가 우려되는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규모가 큰 업권을 중심으로 전수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전체 금융권 중 투자금이 가장 많은 보험권에 대한 단속이 집중됐다.
8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감독총괄국은 지난 주까지 보험업권을 대상으로 건 별 300억 원 이상 규모의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항공, 선박 등 전체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대체투자는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 자산이 아닌 부동산, 사회기반시설(SOC), 사모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 규모가 큰 보험 업권을 중심으로 전체 대체투자에 대해 집중 검증했다”며 “매월 7영업일 전까지 전체 대체투자 월별 자료를 취합해 데이터베이스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수 조사 과정도 유례없이 촘촘하게 진행됐다. 금감원은 투자자산을 420여개로 나열해 국적을 비롯, 소재와 유형, 기준 통화, 취득가액, 자산가치 평가 시점과 평가 방법, 대출 유형 등을 구분하도록 했다. 그투자자산의 기한이익상실(EOD) 사유 발생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자산의 담보가치에 대한 대출 비율을 보여주는 담보인정비율(LTV)까지 파악하도록 주문했다. EOD는 선순위 채권자에 대한 이자·원금 미지급,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LTV 조건 미달 등의 사유로 인해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부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면서 상시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당국이 원하는 시점에 필요한 자료를 산출해서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 중 보험사를 중점적으로 점검한 것은 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험사들은 저금리 시기에 자산 운용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부동산, SOC를 중심으로 대체투자 비중을 대거 늘려 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6조4000억 원이다. 이중 보험은 31조9000억 원으로 57%로 절반을 넘어선다. 은행 10조1000억 원(18%), 증권 8조4000억 원(15%), 상호금융 3조7000억 원(7%) 순이다. 이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 규모는 12조7000억 원(22.5%)이다. 2030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규모는 43조7000억 원(77.5%)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은행, 카드, 저축은행 등의 대체투자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글로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주로 부실화 우려가 있다”며 “사업장이나 투자건별 만기도래 분에 대한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 투자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 금융사가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최근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며 국내 금융권의 투자 자산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9월 말 기준 금융회사가 투자한 단일 사업장(부동산) 35조8000억 원 중 2조3100억원(6.46%)에서 EOD 사유가 발생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3개월 전(6월)공개한 1조3300억 원(전체 사업장의 3.7%)에 비해 1조 원이나 늘어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