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ㆍ카카오스타일ㆍ에이블리, 작년 매출 호조
푸드·뷰티 등 카테고리 확장 덕분에
지난해 매출 모두 두자릿 수 성장
고물가로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패션 플랫폼만큼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냈다. LF·신세계인터내셔날·한섬 등 패션 대기업들이 지난해 대부분 실적 부진에 빠진 모습과 대조적이다. 사업 다각화와 카테고리 확대로 출구전략을 짠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신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40.2% 증가한 9931억 원을 기록,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1조 원에 성큼 다가섰다. 다만 영업이익은 2022년 113억 원 흑자를 낸 것에 비해, 지난해는 86억 원의 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다. 이에 대해 무신사 측은 “본사 및 관계사 임직원에 지급된 일회성 주식보상비용 413억 원을 비롯해 투자 및 영업 비용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운영사인 카카오스타일도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냈다. 카카오스타일의 작년 매출은 16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연간 영업손실은 2022년 518억 원에서 지난해 198억 원으로, 320억 원 손실 규모를 줄였다. 특히 핵심 플랫폼인 지그재그는 비용구조 효율화에 성공, 지난해 처음 영업이익을 내면서 2019년 이후 4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운영사인 에이블리코퍼레이션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급증한 데다, 첫 연간 흑자를 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작년 매출은 2595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45% 증가했다. 또 지난해 영업이익은 33억 원으로, 2022년 744억 원의 영업손실을 극복하고 처음 흑자 전환했다.
이처럼 패션 플랫폼 기업들이 지난해 불황에도 높은 실적을 거둔 것은 ‘사업 다각화’와 ‘상품 카테고리 확대’를 주축으로 한 경영 효율화가 제대로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특히 무신사는 지난해 뷰티(화장품), 럭셔리(명품)까지 상품 카테고리를 넓혔고, ‘무신사스탠다드’를 앞세워 자체브랜드(PB) 사업을 키우고 있다. 또한, 무신사는 지난해 의욕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해 소비자 접점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무신사는 올해 오프라인 무신사스탠다드 매장을 30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카카오스타일은 뷰티, 푸드 등 카테고리 확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는 자평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마케팅 비용 효율화도 실적 개선에 이바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비(非)패션 카테고리에서 큰 성장세를 보인 것이 실적 개선 효과로 이어졌다. 패션 외에 식품, 생활용품, 뷰티 상품까지 판매하는 ‘에이블리 셀러스(오픈마켓)’의 서비스 매출은 1332억 원을 기록, 직전년도 668억 원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또 광고선전비의 경우, 2022년 437억 원에서 작년 229억 원으로 줄여 비용 절감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 호조에도 불구, 국내 패션 플랫폼 기업들은 올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초저가 공세로 국내 패션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빠르게 조직 개편을 하는 등 생존 전략 짜기 2라운드에 돌입한 상태다.
무신사는 지난달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리더십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글로벌 및 브랜드 사업, 플랫폼 사업의 유기적 성장을 이끌기 위해 조만호 이사회 의장이 총괄대표로 복귀했다. 2021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3년 만이다. 기존 한문일 총괄대표와 박준모 29CM 사업 대표는 각각 글로벌 및 브랜드 사업 대표, 플랫폼 사업 대표를 맡는다. 무신사는 신사업으로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브랜드 비즈니스를 비롯해 글로벌 진출, 오프라인 확장, 한정판 플랫폼 ‘솔드아웃’ 등에서 비용 효율화를 꾀할 방침이다.
카카오스타일은 C커머스에 대응해 ‘개인화 추천’ 등 기술 고도화와 40·50세대를 겨냥해 만든 플랫폼 ‘포스티’ 등 신사업을 확대해 지그재그와 함께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올해 세계 시장과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에이블리는 웹툰, 웹소설, 커뮤니티 등 사용자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남성 패션 플랫폼 ‘4910’으로 남성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연내엔 아시아, 북미 등에 진출, 글로벌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