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의 예술과 도시] 8. 조각투자 활성화 이끄는 ‘토큰증권발행(STO)’

입력 2024-04-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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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포럼 대표ㆍ유럽문화예술콘텐츠연구소 소장

혁신금융·미술 결합해 新사업 창출
코인시장 대안각광…선점경쟁 치열

예술품서 저작권까지 디지털자산화
자금조달과정 간편…中企에 유용해
법개정 지지부진, 총선뒤 통과 기대

비트코인 1개가 1억 원을 호가하는 요즘 디지털자산 및 증권형 토큰 거래소에 관한 대중의 관심과 열기가 다시 또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토큰증권발행(STO: Security Token Offering) 사업이 증권사와 조각투자 업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해당 사업은 NFT(Non-Fungible Token)는 물론 부동산, 주식, 채권 등의 다양한 금융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발행하여 증권형 토큰 거래소에서 거래하고 블록체인에 기록하여 검증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일컫는다. 암호화폐 및 NFT 등 새로운 디지털 자산의 출현과 더불어 기존 금융자산들의 디지털화를 통한 온오프라인 통합 자산을 관리할 기술의 발달을 불러왔고, STO 사업을 탄생시킨 셈이다.

‘투자자 보호·투명성 확보’에 유리

세계 STO 시장은 연평균 22.45%씩 성장하여 2025년까지 약 40억 달러의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STO는 국회에서 관련법이 계류 중이라 많은 증권사 및 금융기업들이 물밑으로 준비는 하고 있으나 가상화폐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금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TO가 전 세계 자산투자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 그중 첫 번째는 STO가 토큰 보유자의 경영권 행사 권한이나 이윤배당 등을 스마트 컨트랙트(계약조건을 만족시키면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는 프로그램)로 구현해 블록체인에 등록하는 간편한 프로세스라는 개념이 어느새 낯설지 않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기록과 전송과정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진행되어 시간적, 물리적 제약이 적기 때문에 자금조달 과정이 간편한 것이다. 이것은 무엇보다 적은 비용으로 일반인 투자자 모집이 가능하게 돕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도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한 토큰 발행이 주식이나 채권발행보다 수월해서 투자시장에 크게 어필하고 있다.

두 번째로 증권 관련 규제를 따르기 때문에 다양한 국가에서 증권 관련 법을 손쉽게 적용하여 규제가 가능하다는 것 또한 STO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는 토큰 역시 증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기존 증권 관련 법으로 규제가 가능한데, 그간 암호화폐 시장에서 허용됐던 ICO에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발생했던 스캠 문제 예방까지 가능하다고 여기고 있다.

즉 기존 코인시장에서는 투자자를 위한 법적 보호장치가 없었던 것에 비해 STO는 토큰 발행 단계부터 해당 국가의 증권거래법을 준수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투자자들은 증권거래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면, 기존 코인시장에서 드러났던 ICO와 달리 증권 관련 법과 규제를 따르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와 투명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거머쥐는 셈이다.

ICO 옹호론자들은 자금조달 측면에서 용이한 STO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탈중앙성이 낮은 점을 들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ICO의 새로운 대안으로 STO를 언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7년 증권거래위원회에서 STO 가이드를 마련하여 시장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현재 미국의 STO 취급 거래소는 15개에 달하며, ‘증권법 예외조항’을 활용하여 암호화폐 시장과 기존 화폐시장의 장점을 결합해 대부분의 STO가 저렴하고 간단하게 진행되고 있다. 단돈 몇만 달러에 불과한 단독주택의 지분도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이 쉽고 빠르다. 프랑스의 경우 2021년에 화폐금융법을 단행하여 STO 사업을 전반적으로 허용하였고, 유럽투자은행은 2021년 4월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통해 1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토큰증권으로 발행하였다. 그 외 캐나다, 호주, 이스라엘, 싱가포르, 일본,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도 진취적으로 STO 시장을 확장시키고 있다. 반면에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관련 법규가 아직 온전치 못하다. 그 외에 태국이나 아랍에미리트에서는 관련 규제가 아예 부재한 실정이다.

▲케이옥션 자회사 투게더아트가 지난 1월 투자계약증권 청약을 실시한 ‘현대 미술계의 대모’ 쿠사마 야요이의 2002년작 호박(Pumpkin) 작품. 사진출처 케이옥션
미·유럽 토큰증권 제도적 뒷받침

세계적 추세를 살펴볼 때, 희소성을 가진 아이템을 지분으로 쪼개 배당 이익을 나눌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NFT와 STO를 접목하는 IT업계의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술품은 물론 부동산과 저작권까지도 디지털화하여 메타버스 환경에서 디지털자산으로 유통시키는 게 변화 양상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효과적 거래를 위해 탈중앙화거래플랫폼(DEX)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STO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는 시간문제다.

국내에서는 미술품 조각투자 ‘투자계약증권’을 처음으로 시행한 쿠사마 야요이의 2002년작 ‘호박(Pumpkin, 22x27.3cm, 3호)’의 경우 1만2320주 발행으로 총 12억 3200만 원 모집을 진행했는데 73%에 달하는 성공적인 달성률을 보였다. 최근에는 하나증권이 서울옥션블루와 미술품 조각투자상품 출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서울옥션블루는 앤디 워홀의 대표작인 ‘달러 사인’(Dollor sign, 51×40.5cm, 8호) 작품으로 투자계약증권을 출시하였다. 하나증권은 금융과 미술품이 결합하여 고객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 그 외에도 부동산, 금, 은, 모바일 콘텐츠까지 다양한 기초자산으로 조각투자 플랫폼과 증권형 토큰 비즈니스를 협업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피나클, 오아시스 비즈니스, 프린트베이커리, 아이티센, 다날엔터테인먼트 등 약 10여 개의 민간 조각투자 업체들이 혁신금융서비스를 추진하거나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각종 기초자산에 대한 조각투자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계류된 개정안 처리 시급해

금융당국이 STO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지가 벌써 1년 전이다. 그러나 4·10총선 등 대내외적인 환경으로 자본시장법,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시장활성화가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다소 답답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토큰증권 플랫폼을 구축하게 되면 기초자산을 갖고 있는 업체들과 협력하여 STO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불확실한 투자 환경 속에서 새롭게 각광받는 대체투자처로서 시장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금융투자업계의 바람이 조만간 현실화되기를 기대해본다.

백남준포럼 대표ㆍ유럽문화예술콘텐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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