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로 불리는 네이버가 중국 대형 이커머스 업체의 습격으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중국 경쟁업체 광고 확대에 따른 광고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데다, 국내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네이버는 반등을 노리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은 19조6706억 원의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네이버의 호실적은 올해 초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가 집계한 네이버의 1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2조4957억 원, 영업이익 3898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4%, 17.9% 증가한 수치다.
국내 광고 업황 부진 속에서도 검색광고(SA) 매출이 성장하고, 지난해 11월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앱) 개편으로 디스플레이광고(DA) 매출도 전 분기보다 소폭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 커머스 부문도 1·4분기 브랜드패키지 등 신규 솔루션 판매에 따른 본격적 수익 창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견조한 실적에도 네이버 주가는 하락 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0.06% 상승한 17만9700원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서만 19.82% 빠졌다. 이 기간 개인은 네이버를 1조6180억 원어치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127억 원, 8898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실적과 주가의 엇갈린 행보에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국내 시장 점유 확대에 따른 경쟁 심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가 상품을 내세운 중국 경쟁업체들이 네이버 성장을 견인한 공신 중 하나인 커머스 부문 전망을 위협했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18년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알리익스프레스의 그해 평균 중국 직구 금액은 매 분기 1300억 원 수준이었다. 이후 2022년 중국 직구 금액은 1조5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는 기존 최대 직구 국가였던 미국 거래액을 제치고 직구 1위 국가를 차지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 호조로 동반 강세였던 주가가 지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네이버가 커머스에서 도착보장솔루션, 브랜드패키지솔루션 등을 출시하며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며 “중국 직구 플랫폼의 급부상은 투자자들에게 우려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 플랫폼 약진이 네이버에 악재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중국 이머커스 업체들이 광고 집행 비용을 늘리면 네이버 광고 매출이 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커머스 부문에 미칠 중국 경쟁업체의 영향도 브랜드스토어 성장세로 방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성장 둔화와 경쟁심화로 스마트스토어 거래액 성장률은 낮아지겠지만, 브랜드스토어와 도착 보장 수익화가 온기 반영되며 일부 방어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크게 하락한 주가는 커머스 사업 성장 둔화와 AI 수익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대부분 반영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연초 진행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 쇼핑의 모델 자체가 광고 중심이기 때문에, 중국 플랫폼은 경쟁 상대일뿐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이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빠르게 침투해 나가고 있는 부분도 보며 동향이나 파급 효과를 지속적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인텔과 손잡고 AI 반도체 동맹 결성에 착수한 것도 성장성을 유지할 새로운 먹거리 발굴 노력으로 보인다. 양측의 협업은 인텔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로 여겨진다. 인텔은 자체 AI 생태계로 ‘탈엔비디아’를, 네이버는 한국형 AI를 목표로 하는 ‘하이퍼클로바X’ 등의 고도화를 각각 추구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달 3일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모든 서비스에 AI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생성 AI 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조직 역량 강화에 집중하기 위해 5개의 사내독립기업(CIC) 조직을 12개 전문 조직으로 세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사업 영역 간 경계가 다시 한 번 허물어지고 있는 인터넷 환경과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전사 차원의 전략으로 대응하고자 지난 9년간 네이버를 성장시킨 CIC 중심 체계도 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당장 AI 관련 실적을 낼 단계에 있지는 않지만, AI 기술의 확장성이 긍정적이라는 시선은 이어지고 있다. AI 기술을 네이버 플랫폼 내 검색, 광고, 쇼핑, 웹툰, 로봇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 중인데다, 기업간거래(B2B) 부문에서 수요가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스타그램 숏폼 ‘릴즈’가 AI 피드 추천으로 사용자 체류시간을 늘리고 연간 수익을 30억 불에서 100억 불 이상으로 증가시킨 것처럼 네이버 광고, 커머스, 콘텐츠 등 전 사업 부문 수익 증가에 AI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안이 중요한 국내 기업에 필요한 데이터 AI 작업은 해외 빅테크보다 네이버가 경쟁력을 더 보유했다”고 판단했다.